"기저귀 벗겨진 채 '그놈' 따라간 엄마"…성폭행 피해 치매 노인 딸 '절규'
"가해자 '손 넣은 것 사실' 자백…DNA 검출되지 않자 '내연 관계' 주장"
"지역 유지이던 이웃 '합의된 행동' 거짓 주장, '몸 파는 여자' 2차 가해"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어버이날 발생한 80대 치매 노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초대형 로펌을 선임한 뒤 '내연관계'였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는 폭로성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의 딸은 "사랑하는 어머니가 그렇게 당하고도 금세 잊어버린다는 현실이 너무나 비참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30일 성폭행 피해 노인의 딸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평소처럼 홀로 사는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집 안에 설치된 홈캠 영상을 확인하던 중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A 씨는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어머니 집에 침입해 어머니 기저귀 안으로 손을 넣는 것을 봤다"며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거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거는 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약 3시간 만에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다. 그는 지역유지이자 마을에서 이장을 지낸 적 있는 70대 남성 B 씨로, 피해 여성과 같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다.
B 씨는 초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손을 넣은 건 사실"이라고 스스로 자백했으며, 가족이 확보한 CCTV 영상 캡처에도 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피해자 생식기에서 DNA가 검출되지 않자, B 씨는 입장을 바꿨다. 이후 초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15년간 연인 관계였다", "신체 접촉은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어머니는 치매로 일상 대화조차 어려운 상태다. 그런 분을 상대로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는 건 명예를 짓밟는 2차 가해"라며 "DNA가 없다는 이유로 진술을 번복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A 씨는 또 "어머니는 사건 당일 기저귀가 벗겨진 채로 가해자를 따라 나갔고, 1~2분 뒤 전화를 드렸을 때는 누가 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하셨다"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피해 여성은 2019년 치매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으며, 현재는 기억 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딸인 A 씨는 "어머니는 평생 남편을 사랑하고 가족만 위해 살아오신 분이다. 그런데 가해자는 오히려 마을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몸을 파는 여자'라는 소문을 내며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A 씨는 "난 분명 직접 어머니가 B 씨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제 삶은 극심한 고통 속에 놓여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셨다. 가해자는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질렀다. 이와 같은 슬픔 속에서 날마다 눈물만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예쁜 우리 엄마를 잃었다"고 절규했다.
검찰은 이 남성을 주거침입 및 준유사강간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법원은 최근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80대 치매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연인 관계'로 포장하다니 인간이길 포기한 XXX다", "지역 유지라고? 돈과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는 파렴치한 행태다. 공론화해서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해야 한다", "약자를 노린 성범죄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 치매 어르신이라고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게다가 누명까지 씌워선 안 된다. 반드시 천벌 받는다", "읽으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악마 그 자체인 저자가 반드시 노인 성범죄로 강력 처벌 받길 바란다"라며 공분을 쏟아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대상 성범죄는 4000여 건에 달하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인의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로 인한 판단력 상실이 피해를 인식하거나 신고하기 어렵게 만들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기준 61세 이상 노인은 성폭행 피해자의 약 6.9%, 강제추행 피해자의 약 14.6%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한 해 동안 노인의 성폭력 피해율이 0.53%에 불과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대부분이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은폐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노인 대상 성폭력·학대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 실태 조사나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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