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직 과로사 최다…야간노동자 건강 대책 사각지대

뇌·심혈관계 사망이 가장 많아…야간 산재 승인은 790명

야간 노동 중 쓰러진 청소노동자(AI 활용 생성)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야간에 일하다 숨지는 노동자는 주로 운전·배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사로 분류되는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은 청소·경비직에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택배 중심’ 접근을 넘어, 야간노동 산재 다발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으로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 일하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220명이었다. 이 가운데 화물차·택시·퀵서비스 기사 등 운전·배달종사자가 97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건설종사자 32명, 제조종사자 29명, 청소·경비종사자 19명 순이었다.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자는 청소·경비직이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운전·배달 35명, 제조 31명, 건설 13명 순이었다.

질병 산재 사망 452건 중 뇌·심혈관계 사망은 183건이었으며, 모두 만성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근무 중 혹은 출퇴근 직후 급성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의 상당수가 과로사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간 산재 사망은 주로 영세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사고 사망자의 3분의 2, 질병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는 각각 17%, 22%에 그쳤다. 야간노동이 위험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 기간 야간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는 790명이다. 사고사망 220명, 질병사망 452명, 출퇴근 산재 118명이다. 특히 사고사망자의 80.5%, 질병사망자의 66.1%가 운전·배달, 청소·경비, 건설, 제조 등 4대 직종 종사자였다. 업종별로 봐도 ‘야간노동=고위험 구조’가 명확히 드러난다.

정부는 현재 야간노동자 건강관리 논의를 주로 택배업에 한정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고용노동부는 새벽배송 노동자의 건강 영향 조사를 예고했으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특수건강진단 제도 도입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그러나 야간노동의 실태는 택배를 넘어 운송·청소·경비 등 여러 업종으로 확산해 있어, 포괄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로 ‘야간노동 규율 신설’을 채택하고, 최소 휴식시간과 최장 노동시간 제한 등 제도화 방안을 예고했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국회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일일 근로 시간 상한과 11시간 연속휴식제 도입을 담고 있으나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야간노동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는지가 처음으로 통계로 드러났다"며 "특히 취약직종과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고, 장시간·야간노동의 구조를 바꾸는 법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