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수사팀 따로 꾸린다지만…"외압 의혹 당사자" 법조계 우려
李 "수사팀에 백해룡 파견" 이례적 지시…대검 검토 중
"콕 집어 파견 지시, 공정성 해쳐"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시절 불거진 '인천세관 공무원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의혹 제기의 장본인인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투입하라고 콕 집어 지시한 가운데, 합수팀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이 백 경정이 파견올 경우 피해자가 아닌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담당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궁극적으로 서로 연결된 수사들 중 일부에 참여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전날(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사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해 백 경정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본인이 고발한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사건을 '셀프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동부지검은 특히 "백 경정이 파견될 경우 의사를 존중해 기존 합동수사팀과 구분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되, '2023년 2월 인천지검 마약 밀수 사건 수사 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 외압 의혹 피해 당사자인 백 경정이 합수팀에 합류할 경우 수사 공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백 경정을 합수팀에 파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8월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맡아 온 합수팀 지휘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넘겼다. 임 지검장은 부임 직후인 7월 17일 백 경정을 서울동부지검 사무실로 불러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인천세관 공무원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마약수사팀장이던 백 경정이 2023년 9월 인천세관 공무원들이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과 마약 밀반입에 공모했단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확대하자 당시 대통령실과 경찰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내용이다.
동부지검이 백 경정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사건 수사에만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수사 경험이 있는 전·현직 검경 관계자들은 "백 경정이 수사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의혹의 일부인 인천세관 공무원 마약 밀반입 사건에 대한 수사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의혹은 두 갈래 내용이 있는데, 하나는 마약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마약 수사를 중단시킨 외압 사건"이라며 "마약 사건에서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백 경정이 가서 수사하는 게 맞을 수 있고 해당 수사를 맡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다만 "백 경정은 외압 의혹을 주장하는 외압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데, 피해자는 외압 사건에 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다"면서 "백 경정이 사건의 일부분은 수사할 수 있고 다른 부분은 수사할 수 없다면 수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외압 의혹이 폭로된 다른 사건인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의 경우에서도 외압 피해 당사자는 수사팀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등이 연루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당시 춘천지검 검사는 폭로 이후 꾸려진 별도의 수사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을 뿐,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한 수사 인력으로도 합류하지 않았다.
백 경정을 직접 지목해 수사팀에 합류시키라고 지시한 이 대통령의 지시가 수사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검찰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는 "대통령이 개별 사건을 들어 수사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건 이례적인 데다 사건 당사자를 수사팀에 합류시키라는 것은 수사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부지검에서 수사를 넘겨받고 2달 가까이 흘렀는데도 가시적인 수사 성과가 없었다는 건 사건의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특히 백 경정이 수사 외압과 함께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마약 사업을 해 내란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동부지검에서 사건을 가져가 2개월간 수사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외압 실체가 없었던 게 아닐까"라며 "(백 경정이 주장하는)윤 전 대통령 부부가 마약 사건으로 내란 자금을 마련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수사팀 내에서도 실체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사 의지는 알겠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동부지검이 발송한 경찰 파견 여부와 인원, 수사검사 증원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공문을 받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백 경정 파견 지시에 대해 "대통령의 말씀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잘 수사하라는 원론적 당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백 경정은 사건을 최초에 수사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수사에 참여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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