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역사'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결국 '제명'…총여 폐지 후 7년 만
운영위 적격 판단에도 대표자 투표서 '부결'
총여 폐지·여성주의 동아리 제명 잇따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7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편집위 정정헌이 중앙동아리에서 제명됐다. 정정헌의 제명으로 성균관대 학내에 여성주의 중앙동아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2일 뉴스1 취재 결과 지난 30일 열린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동아리연합회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전동대회)에서 여성주의 교지 편집 동아리 '정정헌'에 대한 중앙동아리 재등록 승인 건이 재적인원 58명 중 찬성 28명, 반대 22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이번 결정으로 정정헌은 교내 중앙동아리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1971년 창간된 정정헌은 중앙대학교의 '녹지'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여성주의 교지다. 성균관대 학내에 남아있던 유일한 공식 인준된 여성주의 중앙동아리이기도 하다.
당초 정정헌은 지난 4월 '활동 인원 미충족'으로 사전 심의기구인 운영위원회의 부적격 결정에 따라 재등록이 부결돼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됐다. 중앙동아리 지위 회복을 위해서는 9월 전동대회에서 재등록 안건이 통과돼야 했다. 전동대회에 앞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운영위원회의 적격 판단에도 불구하고 전동대회에서 동아리 대표자들의 투표에 따라 재등록이 부결됐다. 지위 상실로 정정헌은 학내 학생회관 내 학생자치공간(동아리방)에서 퇴거하는 등의 조치를 받게 됐다.
정정헌은 30일 재등록 부결 이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학내 인권 관련 동아리의 활동 환경과 학생 사회의 인식 변화에 대해 체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정헌 관계자는 해당 입장문에 대해 "운영위원회에서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동아리 대표자들의 투표로 인해 제명된 현실에 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정헌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대면 회의를 진행해 활동 방향에 대해 결정할 것이지만 기존의 활동이던 교지 발행 등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학내의 소수자 인권 단체와의 연대 활동 또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 측 관계자는 "의결은 회칙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4월 재등록 부결 당시에도 즉시 제명이 아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소수자 담론을 이어오던 자치기구들의 입지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출범 40년 만에 폐지됐다. 지난 5월에는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소수자인권위원회의 재인준이 부결되기도 했다. 정정헌이 속한 성대에서도 2018년 학생총투표로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 갈등을 포함해 여러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것이 부담돼 민감한 이슈에 적극적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학내 단체들이 해체되는 것은 대학 공동체는 물론 한국 사회에 좋은 징후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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