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처럼 일하는데 프리랜서 계약…"10명 중 7명 가짜 프리랜서"
'꼼수' 프리랜서 계약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못 받아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1.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학원 강사로 수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고정된 자리에서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업무 지시와 야근 지시를 받으며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원장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류를 만들어와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다른 선생님이 "노동청에 진정하겠다"며 퇴직금을 요구하자, 원장은 "당신에게만 퇴직금을 줄 테니 다른 강사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 프리랜서 작가로 근무하면서 업무 지시와 스케줄 관리를 모두 회사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실질적으로 업무 지시 및 피드백을 하는 상급자가 괴롭히고 있습니다.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지만, 실제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했을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 제작·배포한 '프리랜서 감별사 온라인 체크리스트' 결과를 14일 발표하며 이런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번 체크리스트에는 총 811명이 참여했다. 이 중 73.7%(598명)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실'을, 19.36%(157명)는 '근로자 가능성'을, 6.9%(56명)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불확실' 결과를 받았다.
체크리스트는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성 판단에 필요한 징표, 계약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신 판례, 직장갑질119 상담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작됐다. 체크리스트 문항은 △업무 내용이 회사(사용자)에 의해 정해져 있거나, 회사가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근무하는지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외 회사가 추가로 지시하는 다른 일을 수행하는지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나 업무 보고 요청을 받거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적 및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지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지 △정해진 업무를 외부 제3자에게 맡길 수 있는지 등이 담겼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정적' 결과를 받으려면 10개 문항, 15점 만점에 8점이 나와야 한다.
직장갑질119은 "테스트에 참여한 10명 중 7명 이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확실' 결과를 받은 것은 계약 형식만 프리랜서일 뿐, 사용자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근로자와 다름없이 근무하는 이른바 '가짜 프리랜서'가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 이종진 변호사는 “현행법상 근로자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프리랜서 계약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가짜 프리랜서'가 만연하다"며 "근로자 추정 규정을 신속히 도입‧적용하고, 새로운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마련해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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