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아내, 죽기 전 나에게 빌라 넘겨줬는데…전남편 자녀가 나가라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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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내의 전혼 자녀들이 나타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A 씨는 전처와 사별한 뒤 어린 자식들을 홀로 키웠고, 자식들이 모두 성인이 돼 독립한 뒤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A 씨는 "지금의 아내는 결혼에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었다. 자식도 있는데 전남편이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려서 연락이 끊겼다더라"라며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됐다. 아내 명의의 빌라에서 1층에서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2층은 우리 보금자리로 삼았다"고 밝혔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20년을 부부처럼 지냈다고. A 씨는 "아내는 제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아껴줬고, 제 아이들도 그런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따랐다"라며 "서로의 집안 대소사도 챙기고 시간 나면 여행도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고 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A 씨에게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해 줬다. 여기엔 'A 씨가 나와 20년을 넘게 함께 살았고, 내가 없어도 A 씨가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하니 빌라 소유권을 A 씨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아내를 극진히 간호했지만 2년간의 투병 끝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뒤 유언에 따라 빌라 소유권도 제 명의로 이전했다"라며 "그런데 갑자기 수십 년 동안 소식조차 없던 아내의 전혼 자녀들이 나타나 '당신은 이 집에 아무런 권리가 없으니 당장 집을 비우고 나가라'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말 이 빌라에서 나가야 하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우진서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상속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어떻게든 알고 찾아오더라"라고 운을 뗐다.

우 변호사는 "법정 상속인에 기재된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만을 의미한다. A 씨와 같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법정 상속권이 없다. 아내는 이를 알고 미리 유언을 통해 A 씨에게 빌라를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들은 아내의 상속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삼자인 A 씨에게 유언으로 증여한 빌라에 대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A 씨는 해당 부분을 반환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또 우 변호사는 "연금에 관련된 법령에서는 유족으로 인정되는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하고 있어 유족 연금이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라며 "이외에도 대부분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고 있다. 임차권 승계나 '특별연고자' 지정 같은 제한적 보호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