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과 합해야 대운" 보살 말 믿고 성관계…40대 돌싱남 '1인 2역'이었다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귀인과 성관계해야 인생이 핀다는 보살의 예언에 40대 이혼남을 모텔에서 만나고 4200여만원을 갖다 바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3월 신내림을 받은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는 보살에게 피해를 보았다며 제보했다.

A 씨는 해당 보살과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메시지에서 보살은 "(카톡) 친구 3명에게 재능 기부하려고 한다. 이상한 거 절대 아니다. 당신은 96번째 고객이다. 제 신당은 경기도 광명시 금하로에 있고, 생년월일만 보내주면 간단한 점사 두 개 정도 봐주겠다"고 했다.

당시 보살이 의심됐으나 어머니가 병원에 있고, 사업도 풀리지 않아 정신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메시지를 받았다며 "혹시나 해 생년월일을 보내 질문했다. 근데 제 직업이나 엄마 상태를 다 맞혔다. 보살의 말이 저한테 엄청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보살은 "귀인을 만나야 대운이 이어질 거다. 안 그러면 얼굴을 크게 다쳐 석 달 간 병원에서 지낼 수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5개월 안에 상복을 입을 수 있다. 일단 사고를 막기 위해 무료로 부적을 써주겠다"고 제안했다.

(JTBC '사건반장')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보살은 "귀인의 기운을 한 번 받게 되면 인생이 달라질 거다. 귀인의 기운을 받으려면 합(성관계)을 해야 하는데, 이게 기운을 고스란히 받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A 씨가 "귀인을 어떻게 만나냐"며 고민하자, 보살은 "귀인은 이미 죽은 사람인데 신령님이 좋은 일 하라고 살려줬다. 귀인이 좋은 일을 세 번 이상 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 당신한테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A 씨는 두 눈 질끈 감고 숙박업소에서 귀인을 만났다고. 귀인은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40대 초반 남성이었다.

귀인은 "보살이 시켜서 갑자기 일을 하다 말고 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 나도 갑자기 불려 와서 당황스럽고 무섭다"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이 귀인과 잠자리를 갖게 됐다.

이후 보살은 "귀인이 당신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서 로또에 당첨시켜 달라고 하더라. 기회를 주려고 한다"라며 "한 달만 돈을 보관하면 돈의 가치가 확 올라간다. 최대 500만원까지 보관할 수 있다. 돈이 없다면 대출받아서 맡기고 한 달 뒤에 찾아가면 된다"고 500만원을 보관하라고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 "제사 과일값을 내야 한다", "지리산에서 초를 피우려 한다" 등 온갖 명목으로 A 씨에게 돈을 뜯어냈고 그 금액은 무려 4260만원에 달했다.

보살에 4260만원 보냈다…"'언니'라길래 여자인 줄, 1인 2역이었다"

A 씨는 "보살이 돈을 내지 않으면 마치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니까 어쩔 수 없이 대출받아서 줬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보살로부터 500만원을 먼저 돌려받기로 한 A 씨는 그가 남겨준 주소로 찾아갔다. A 씨는 "타이어 위에 돈을 올려놨다길래 바로 찾았는데, 귀인이라고 만났던 그 남자의 차가 옆을 지나가더라. 그제야 보살이라는 사람과 귀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뒤늦게 CCTV를 구해서 확인해 봤더니, 귀인이 타이어 위에 돈다발을 올려놓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살이 저한테 '언니'라고 하고, 사진도 여자니까 남자라는 의심은 하지 못했다. 보살이 사기꾼이고, 내가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퍼즐이 맞춰지더라"라며 보살이 귀인인 척 1인 2역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보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상황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귀인이라는 자의 신원은 파악했으나, 수사 초기라 귀인과 보살이 같은 인물인 것까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양지열 변호사는 "A 씨가 자영업자인데 요즘은 SNS에 자기 얼굴도 공개하고 연락처도 공개하다 보면 무슨 일하는지 다 나오지 않느냐. 그걸 보고 접근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