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있어도 열폭주 못 막아"…실내 리튬 배터리 화재 첫 실험
국립소방연구원, 전기이륜차 열폭주 화재 실험
스프링클러 한계 확인…'안전설비 기준 강화' 논의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아파트 화재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로 대피에 실패해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이 주거공간 내 배터리 보관 제한과 안전규제 강화 논의를 뒷받침할 기초 데이터(Raw Data) 확보에 나섰다.
2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립소방연구원은 전날(1일) 충남 청양 충청소방학교에서 전동킥보드·전기오토바이 배터리 열폭주 화재 실험을 실시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일단 열폭주가 시작되면 진압이 쉽지 않고, 불이 꺼진 뒤에도 재발화할 위험이 남는다. 불꽃 자체보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보조배터리 등 소형 제품보다 전기오토바이·전기차에 쓰이는 대용량 배터리일수록 화재 위력이 커져 기존 소방설비만으로는 제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부산 만덕동 아파트 화재(7월 13일·사망 2명), 서울 마포 아파트 화재(8월 17일·사망 2명) 등에서 배터리 화재로 인한 급격한 연소와 유독가스 확산 때문에 대피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소방은 실내 거주공간 배터리 화재의 피난 영향 분석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에 착수한 것이다.
실험은 오전 전동킥보드, 오후 전기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스프링클러 유무에 따른 대응 효과도 함께 비교됐다. 단순히 화재 진압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발화 시점 △실내 온도 상승 △연소가스 확산 및 가시거리 저하 △피난 가능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계측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험은 3m×6m 크기의 컨테이너를 활용해 주거공간을 모사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삼륜 전기오토바이 대용량 착탈식 배터리를 비롯해 △보조배터리(1만~2만mAh 이상) △생활용 전기기기(무선 드릴·무선 안마기) △전동모빌리티(전동킥보드·전동휠 등) 등 다양한 기종을 대상으로 열폭주 상황을 재현했다.
계측 항목은 △실내 온도 변화 △연소가스 확산 속도와 가시거리 △소음 △실내 압력 △배터리 질량 감소 속도 등이다.
이를 토대로 화재 발생 시 피난자의 심리적 반응과 대피 가능 시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스프링클러·방염포·경보기의 효용성도 함께 검증했다. 특히. 전기오토바이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 지하주차장 등 밀폐 공간에서 발생할 경우 기존 소방 설비만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연구관은 "스프링클러가 있더라도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열폭주는 막을 수 없었다"면서 "다만 주변 기기나 시설로 불이 옮겨붙는 연소 확대는 일정 부분 억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험은 실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열폭주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지는 장면을 재현한 첫 사례"라며 "제도 개선을 직접 도출하기보다는, 주거공간 내 배터리 보관 금지나 지하주차장 설비 기준 강화 논의를 위한 근거 데이터를 마련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국립소방연은 이번 실험 데이터를 토대로 배터리 화재 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하는 한편, 지하철·공공교통 등 다중이용시설의 사고 시나리오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김 연구관은 "실험은 단순한 화재 재현이 아니라, 열폭주 사고 대응을 위한 직관적 데이터(Experimental Insight)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향후 안전설비 기준 강화와 제도 개선에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소방연은 이번 실험에 이어 '주거공간 배터리 폭발 시 피난 영향'을 분석하는 2차 실험도 향후 추진할 예정이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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