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경위 '사후 심의' 반복…정부 "실질화" 기조와 괴리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 언론 발표 13일 만에 심의·의결
'영장청구권' 확보 추진에…국경위 "장기적으로 숙고하라"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경찰청이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의 주요 심의·의결 안건을 사후 상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국경위를 실질화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상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5일 언론에 발표한 '수사역량 강화 종합 로드맵'을 13일이 지난 18일에야 국경위 안건으로 올려 심의·의결을 받았다.
이에 국경위 회의에서는 "위원회 심의·의결 전 이미 확정된 듯한 오해를 불러왔다"는 위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경위는 또 경찰청에 "이런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향후 국경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서 진행한다는 설명이 뒷받침됐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국경위 소속 위원들에게 어떤 정책이 로드맵에 담길지 사전 보고도 따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법에 따르면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 정책 및 경찰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경위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서도 경찰청이 주요 정책을 미리 시행하고 사후 심의·의결해온 사례가 반복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7월 1일부터 시행한 '공동체 신뢰 회복을 위한 기초질서 확립 방안'의 경우에도 일주일가량 지난 7월 7일이 돼서야 국경위의 심의·의결을 받았다. 다만 당시에는 시행 전 경찰청이 국경위에 주요 내용을 사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국경위가 2주에 한번 열리고 있어서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며 상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정례회의 전 개별 위원들에게 사전 보고를 하고 추후 심의·의결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에 대해 사전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회의 일정으로 상정 시기가 맞지 않았다"라며 "큰 정책적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일부라도 새로운 제도 변화가 있다면 보고를 하는 것이 맞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경위를 '실질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이 정책 시행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경위의 심의·의결을 후순위로 두는 것은 '국경위 실질화'라는 정부 기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경찰은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의 과제 중 하나로 '영장 제도 개선'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압수수색, 구속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는 것이 아닌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경위는 영장 제도 개선은 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는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정부 부처 스스로 이를 언급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경위는 영장 제도 개선은 장기 과제로 두고 숙고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다만 국경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구속기간 조정'도 필요해짐에 따라 경찰청이 이를 추가 과제로 선정해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그간 경찰 구속기간은 최대 10일인 데 반해 검찰은 최대 20일까지로 규정되어 있어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역할 조정으로 경찰 단계의 양측 간 구속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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