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정치 개입 의혹' 권성동 내일 소환…수사망 조이는 특검

당원 명부 대조 위해 압색 시도했지만 실패…권성동 첫 조사
수억원 대 정치자금 의혹도…權 "모든 사안에 결백" 주장

김건희 특검팀이 18일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소재 통일교 본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신도들이 본부 입구에서 예배를 하고 있다. 2025.7.18/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통일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망을 조이고 있다. 당원 명부 대조 시도는 실패했던 특검이 핵심 피의자인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통일교와의 관계를 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은 오는 27일 권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이 지난달 18일 권 의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강릉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 한 뒤 권 의원을 불러 직접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은 '통일교 정치 개입'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다.

해당 의혹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가 거론됐던 '친윤계' 권 의원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교 간부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함께 통일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내용이다.

이는 특검팀이 김 여사가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물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도중 포착됐다.

통일교가 김 여사에게 캄보디아 공적 원조사업(ODA), YTN 인수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다 통일교의 정치 개입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사가 확대된 상황이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 씨에게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냐", "윤심은 어떠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전 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 "규모는 과시할 정도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2023년 1월초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자, 윤 전 본부장은 전 씨에게 "총선 비례대표 TO(인원)를 대내 명분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강행했는데 난처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의 불출마 후 김기현 의원으로 지지 후보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장 비상의원총회 및 야당탄압 정치보복 압수수색 항의방문에 참석하고 있다. 2025.8.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특검팀은 당원 명부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측의 강한 반발로 무산돼 당원 가입이 의심되는 통일교 신도 명단을 직접 대조해보지는 못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원 명부 압수수색은 명부 전체를 확보하려던 게 아니라 특검팀이 확보한 통일교 신도 명단상 일부 이름과 당원 명부상 이름이 일치하는지 여부만 확인하려 한 것이었지만, 국민의힘 측과 합의에는 실패했다.

특검팀은 또 권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수억원 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다.

권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이 통일교 측과 연관된 정황이 여럿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2월 전대에서 통일교가 김 의원 당선을 도운 대가로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축사를 받은 정황이 담긴 문자를 특검팀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각 지역을 담당하는 지구장들이 교단 차원 지원금을 받아 국민의힘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측에선 "정치 특검"이라는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환 통보를 받은 권 의원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특검 측이 주장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결백하다. 그렇기에 당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 측은 일부 언론과 결탁하고 정치 공작을 이어가고 있다"며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에 대한 특검의 조사가 27일 처음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특검팀이 조사에서 권 의원과 국민의힘, 그리고 통일교와의 관계를 규명할 의미있는 진술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권 의원 소환 후 특검팀은 통일교를 둘러싼 의혹의 또다른 핵심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조만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지난달 18일 특검이 경기 가평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됐다.

특검팀은 교단 간부 등을 통해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모아 왔다. 지난 18일 특검팀은 통일교에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들을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을 소환했고, 지난 8일과 20일 한 총재의 최측근인 정 모 전 비서실장을 소환했다.

전날에는 통일교 고위 간부인 이모 천심원장과 김모 효정글로벌통일재단 이사장 등 윤 전 본부장의 자금줄로 지목된 재단의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