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기동순찰대' 인력 축소…경찰청 "폐지 아닌 기능 강화"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경찰이 기동순찰대(기순대)의 인력을 줄이는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기순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청은 기순대가 여전히 필요하며 오히려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시·도청간 정원 조정계획'을 마련해 국가경찰위원회에 심의·의결을 받았다. 경찰위가 조정안을 원안 의결하면서 곧 조직개편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번 정원 조정안의 핵심은 전국 기순대 330개 팀의 정원을 1명씩 줄여 감축하고 수사 인력 422명을 증원하는 데 있다. 확보된 수사 인력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응을 강조한 '대중피해·피싱범죄' 전담 인력 등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기순대는 윤석열 정부 당시 이상 동기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강력범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4년 2월 설립됐다. 시도경찰청에 배치된 기순대는 다중 밀집 장소 및 범죄 취약지역에 배치돼 도보 순찰로 범죄 예방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기순대 설치에 막대한 예산을 썼음에도 그 효용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기순대 운영을 위해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기본 운영비로만 50억 2500만 원이 쓰였고 사무공간 마련을 위해 19억 8200만 원, 팀 단위 승합차량 330대를 구입하기 위해 130억 3500만 원의 예산이 별도로 집행됐다.

하지만 경찰청의 기순대 운영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적 중 도로교통법 위반 통고처분이 38.5%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범인 검거(4.9%)나 수배자 검거(1.9%)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기순대와 지역경찰의 규정상 임무를 살펴보면 표현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실질적인 임무에서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정책처는 "지역경찰로 대체할 수 없는 임무인 것인지 심층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규정상 기순대와 지역경찰 간의 업무 범위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임무 차별성에 기인한 성과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찰의 노동조합 역할을 하고 있는 경찰청직장협의회도 꾸준히 기순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기순대를 운영할 인력을 지구대·파출소 지역경찰에 배분하는 게 인력 부족 해소 등을 위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경찰의 인력 조정안 마련으로 기순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지만, 경찰청은 기순대가 여전히 필요하며 오히려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경찰청은 기순대의 역할이 지역경찰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청이 말하는 가장 큰 차이는 순찰 방법이다. 지역경찰들이 순찰차 운행 위주의 순찰을 하지만 기순대는 현장을 도보로 순찰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위력 순찰을 통해 잠재적 피의자들의 범죄를 억제하고 현장의 치안 보완사항들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기순대가 시·도청 소속으로 시도 전역에서 활동하면서 치안 관할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실제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인력 조정안에 대해 "기순대를 없애는 쪽으로 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오히려 기순대는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도 기순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유 직무대행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순대가) 지역경찰을 보완하는 예방 조직으로 안착하고 있다"라며 "흉악범죄에 대비한 재범 우려자 관리, 피해자 보호, 특별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지역별 치안 여건에 맞춰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