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죽기 전에 잘해라"…5세 손녀 가스라이팅하는 시모, 이혼 고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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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가스라이팅에 폭언을 일삼는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 위기에 놓인 여성이 양육권에 관해 물었다.

9일 JTBC '사건반장'에서 40대 여성 A 씨는 며느리인 자신뿐만 아니라 5세 손녀에게 가스라이팅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딸 하나를 키우며 남편과 잘살고 있었다. 어느 날 타지에 살고 있던 시어머니는 "싼값에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그 아파트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어머니는 "너네 언제까지 월세로 살 거니? 너희가 여기로 오면 내가 아이도 자주 잘 봐주겠다"고 말했다.

A 씨 부부는 직장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가게 됐다. A 씨는 전업주부가 됐고, 남편은 고향 지인의 소개로 새 직장을 얻었다.

와서 보니 시어머니가 샀다는 아파트에는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명의도 시어머니로 되어 있었다.

함께 살게 되자 시어머니는 손녀의 학업에 참견을 많이 했다. 손녀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이딴 걸 왜 그리냐. 친구들은 지금 영어로 말하고 구구단도 외운다더라"면서 비교했다.

심지어 아이가 밥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잠자는 시간, 걷는 법까지 잔소리하며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체벌했다. 시어머니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이제 곧 죽는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네가 잘해야 한다"면서 공포심과 죄책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결국 A 씨 부부는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남편의 동생 상견례 자리에서 예비 동서는 "제가 요리 잘 못 하니까 벌써부터 명절이 걱정된다"고 했다. A 씨는 분위기를 풀어보려 "걱정하지 마라. 제가 다 하면 된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식사 후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시어머니는 대뜸 A 씨를 향해 "너 내려"라고 소리쳤다. 이어 주차장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야 이 XX야. 너 뭔데 일을 다 하니 마니 말을 하냐. 어디서 날 우습게 보고 망신 주냐"며 다짜고짜 폭언을 퍼부었다.

남편에게 알리자 남편은 "우리 엄마 이런 사람 아니다. 욕을 할 리가 없다. 욕하는 거 본 적이 없다"며 믿지 않았다.

그 후로 시어머니는 A 씨를 대놓고 무시했다. 어느 날 손녀에게 "야. 너 똑똑한 작은 엄마 닮았다. 너그 엄마 닮으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A 씨가 "왜 그런 말을 하냐. 아이한테"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너 자격지심 있니? 대학교도 안 나오지 않았나. 난 대학교 나왔잖아"라고 말했다.

어느 날 A 씨가 몰래 켜놓은 녹음기에는 시어머니와 남편이 뒷담화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어머니는 "쟤 집에서 뒹구는 꼴 보니까 열받아 죽겠다"고 하자 남편은 "장모가 택배로 반찬을 보내는데 냉장고 차지만 하고 맛은 정말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어떻게 반찬까지 해준 우리 엄마를 욕하냐. 나도 시어머니가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돌변한 눈빛으로 "왜 우리 엄마 욕하냐"며 손찌검을 했다. 과거에도 폭력을 휘두른 적 있는 남편은 A 씨가 딸을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넘어뜨리고 몸으로 누르며 목을 압박했다.

소리를 들은 이웃은 경찰에 신고했고, 그 사이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연락했다. 경찰은 가정 폭력은 부부가 분리돼야 한다며 누가 나갈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애는 놓고 너만 가라"며 소리치며 아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시어머니는 A 씨가 임시 보호소에서 지내는 동안 집 비밀번호를 바꿨다. A 씨가 전화하자 "네가 내 아들을 가정폭력 범으로 신고했으니까 네 딸을 못 보게 할 거다"라고 협박했다.

딸을 보려 어린이집까지 찾아갔지만 시어머니는 손녀를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시어머니를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이혼할 경우 양육권자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녀의 복리(福利)다. 복리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현상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주로 아이를 양육했던 엄마가 양육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이 사안의 경우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빠의 가정폭력이 신고가 들어갔다. 이 부분이 굉장히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 살 아이에게도 물어볼 수 있다. 양육권 관련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아이가 걱정스럽다. 애착 대상인 엄마가 사라진 데다가 학대 피해자가 돼 버린 상황 아닌가. 가정폭력 피해자는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가 양육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