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에서 시작된다 [전문가 칼럼]
(서울=뉴스1) 크리스 윤 건국대 초빙교수·송도국제학교(SIS) 초대 교장 = 21세기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은 교육과 사회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지식 습득과 학업 성취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지식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특히 글로벌 리더십의 기준은 암기력이나 성적이 아닌, 창의적 사고력과 협업, 그리고 효과적인 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한 문제해결력으로 재편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다양한 관점을 종합하여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리적 사고, 창의적 문제해결, 표현력, 협업 역량은 미래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논리적 사고력은 글로벌 리더십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이는 감정이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고력은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으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토론하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 중심의 교육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단순한 자유 토론이 아닌, 체계적인 방법론과 전문 교사의 지도 아래에서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개방형 질문(open-ended questions) 중심의 수업, 모의법정이나 모의 UN과 같은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와 표현 능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는 여전히 표현 언어(Expressive Language)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많은 학생들이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조용한 아이가 착한 아이'라는 문화적 기대와 자녀의 의견 표출을 '버릇 없음'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양육 태도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반면, 미국 등 다문화 사회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도 이러한 표현 친화적 문화를 장려하고 확산시켜야 할 때다.
여기에 더해, AI 시대의 리더는 개인주의를 넘어서 공동체 의식과 윤리적 책임감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단순한 성과 창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과 공공의 선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정직함과 도덕성, 타인을 위한 공감과 협력의 자세는 기술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자질이다. 해외 유수의 교육기관들이 윤리 교육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공부를 잘하더라도 거짓말을 일삼고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국내에서도 점차 실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와 AI 분야를 특화한 STEM 기반의 교육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바이오 연구소를 활용한 실습형 프로그램, 프리메드(Pre-Med) 과정과의 연계, 윤리 교육을 포함한 융합형 교육 모델은 국내 교육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결국 AI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은 성적이나 단편적 지식이 아닌 복잡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협력할 수 있는 자세,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자와 부모,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래의 글로벌 리더는 이러한 토양 위에서 탄생할 것이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