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유가족 83.3% 전문 심리지원 못받아

유족 10명 중 6명 이상 '외상후울분장애' 시달려
책임자 처벌·보상 논의·국가의 기억 노력 모두 미흡한 수준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인 29일 서울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에 위치한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에서 열린 제20주기 삼풍백화점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헌화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5.6.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30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이 있어요.트라우마도 있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돼요."

1995년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삼풍참사)의 유가족 10명 중 8명 이상은 전문가의 심리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6명 이상은 외상후울분장애(PTE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27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실정을 전했다.

PTED와 심리지원 척도를 바탕으로 유가족의 심리적 고통과 심리지원 인식 및 개입 필요성을 분석한 결과 유가족 30명 중 63.3%는 PTED 임상기준 이상에 해당했다.

유가족의 울분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반복적 사고, 분노, 무기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울분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인식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83.3%는 전문가의 심리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이는 유가족의 심리적 고통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거나 스스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으며, 사회적·정서적·제도적 요인이 복합된 장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유가족 가슴에 상처로 남아있다. 유가족 중 처벌이 '적절했다'고 판단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처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73.3%를 차지했다.

당시 이준 삼풍건설산업 회장과 이한상 사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각각 징역 7년과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영복 당시 삼풍건설 전무는 징역 7개월을, 건축 설계사 및 감리 담당자들 역시 각각 징역 3~6년에 처해졌다.

이충우·황철민 전 서초구청장은 뇌물을 받고 백화점 설계 변경을 승인해 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뇌물수수가 확인된 서초구 공무원 중에서도 파면된 사람은 1명뿐이었다.

보상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참사 후 보상이 피해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유가족들은 당시 협상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금전적 지원 외에 다른 지원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사는 개인을 넘어 가족관계와 회사 생활에도 영향을 줬다. 절반에 가까운 유가족이 참사 후 가족 내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참사 전·후로 실직 상태에 놓인 이들은 21.7%로 집계됐다.

참사를 기억하는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가족의 86.7%는 '삼풍참사가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고 봤으며, 과반은 현재의 '삼풍참사위령탑' 추모 공간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추모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이 실태조사를 마치며 가장 많이 남긴 말은 "잊지 않겠다"는 기억의 약속과 "같은 아픔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재발 방지의 다짐이었다.

유가족들은 현재 '우리함께'와 희생자 시신이 방치돼 있던 난지도 노을공원에 추모비를 세우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실태조사를 통해 유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정의와 책임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유가족 대상 심리 지원 △기억과 애도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와 지자체 책임강화 △난지도 노을공원 실종자 추모 표지석 설치 등이 포함됐다. 삼풍참사로 인한 실종자는 총 6명이다.

특히 유가족은 추모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풍참사 추모식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40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위령탑 앞에서 진행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