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성 전제돼야"…인권위원들 반대에 李정부 인권과제 부결
원민경 "인권위 정상화 먼저 제시해야"…이숙진·소라미도 가세
한석훈 "편향된 언론·노조가 문제" 반박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새 정부에 전달할 인권과제를 심의했지만 인권위 내부 반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9일 오후 제1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새정부 인권과제 의결의 건' 등 안건 4건을 심의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인권위 차원에서 입장을 낸다는 취지다.
새 정부 인권과제에는 △실질적 성평등 제도화를 통한 차별시정 강화 △장애인 인권 보호 △노동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노동인권 강화 △기업 활동에서의 인권경영 실현 △군인권 보호 증진체계 강화 △기본적 인권보장 체계의 구축 등 크게 15가지 과제가 담겼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권위가 자성 없이 새 정부에 인권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진보 성향의 인권위원들이 반대하면서 의결 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하고 안건이 부결됐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불출석하면서 이날 회의 재적 위원은 안창호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었다.
원민경 비상임위원은 "인권위가 현재 정상적이지 않는 모습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애써서 간리(GANHRI·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답변서를 검토하고 수정했겠느냐"며 "새 정부에 우리가 (인권과제를) 내밀려면 인권위가 어떻게 정상화의 길 걸어갈 것인지 행동 가이드라인이라도 내놓은 다음에 의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숙진 상임위원도 "인권위 정상화가 여당(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 들어가 있어서 그 내용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 상태로 인권위가 새 정부에 인권과제를 제안하는 것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라미 비상임위원은 고민 끝에 "(인권위가) 어떻게 반성하고 정리할 건지 전제돼야 이런 제안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며 결국 의결에 반대했다.
보수 성향 위원들은 인권위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발했다.
한석훈 비상임위원은 "뭐가 비정상인지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견해가 다르다"며 "인권위가 외부 정치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해서 의결하고 토론하는 게 중요한데 편향된 언론과 내부 노조가 인권위원의 발언을 두고 공격하는 건 인권위 독립성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정혜 비상임위원도 "반성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중립적 입장의 김용직 비상임위원은 "새 정부 인권과제로 넣을 수는 없어도 독립된 위원회로서 자기반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내부 비공개 간담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오는 23일 전원위에 해당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결론 내리고 회의를 종료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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