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위해 '상사 욕' 녹음, 되레 기소된 직원 '무죄'…법정서 박수 터졌다

(JTBC 갈무리)
(JTBC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에게 큰소리로 욕설하는 상사의 목소리를 녹음해 직장 내 괴롭힘 증거로 제출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11일 JTBC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과학관 연구원인 이범석 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 씨는 지난 2021년 12월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사무실에서 상사 A 씨의 욕설을 녹음한 뒤 인사팀에 제출했다.

A 씨는 당시 "X만 한 XX가 아주 XXX을 해서 그 X 같은 XX" 등 이 씨의 동료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고, 이 씨가 A 씨에게 "사무실에서 너무 상스러운 욕설을 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부탁하자 본인은 욕설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가 동료들과 A 씨의 괴롭힘을 신고한 뒤 노무사는 "A 씨에 대한 징계 처분이 필요하다"고 결론냈지만, 국립해양과학관은 오히려 이 씨와 동료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기관 측은 직원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했다.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합동 고충을 신청하면서 불법 녹취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A 씨도 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 씨는 징계위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는데, 경고 처분은 징계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욕을 하긴 했지만 사무실이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내가 한) 폭언의 정도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다. '정말 관장이 왜 그러는지 미치겠어' 이런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녹취에서 'XXX' 이런 욕설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아 그건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폭언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건 사석인 곳(사무실)인데 (직원들이) 신분증 케이스에 도청 장치를 들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 다른 직원들은 모두 불기소됐으나 이 씨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공소장에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 씨가 A 씨의 욕설을 불법 녹음했다'고 썼다.

이후 지난달 2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판사가 A 씨에게 "증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난 게 있어요?"라고 묻자, A 씨는 "징계 처분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판사가 "경고 처분 받았잖아요"라고 하자, A 씨는 계속해서 "그건 징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판사는 "증인은 평소에도 말할 때 XXX 이런 욕을 하냐. 직원과 대화할 때도 이렇게 XX하냐"고 묻기도 했다.

국민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 씨의 무죄를 평결했고, 재판부도 '사무실 크기로 비춰볼 때 사무실 내 모든 직원이 상사의 욕설을 들을 수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는 "배심원분들께서 다 일어나서 손뼉 쳐주셨다"며 "인내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목소리를 조금 용기 내서 말씀해 주셔야만 이 부당함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검찰 측 항소로 2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