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데 '셀프조사'까지 한다고?"

고용노동부 지침상 사용자 괴롭힘도 사용자가 조사 가능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5명 중 1명은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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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회사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는데 노동청에서 회사에 사건을 조사하라고 통보했다네요. 대표 지인인 노무사가 조사를 진행한다는데 이런 경우는 뭐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에도 고용노동부 지침상 사용자의 자체조사가 가능해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 및 자체조사 지도·지시를 병행'하라고 돼 있다.

2021년에 만들어진 지침에는 가해자가 사업주나 경영 담당자, 그의 혈족이나 인척인 경우 고용부가 직접 조사한다고 돼 있었지만, 2022년에 개정되면서 사업장 내에서 자체조사하도록 지도하되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는 사건과 사업장 내 자체조사 사건에 대해 별다른 기준을 명시해두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괴롭힌 사건에서 사용자가 조사 주체가 되면 CCTV 등 증거를 인멸하거나 목격자들을 회유하는 등 조사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부 지침이 변경된 이후 괴롭힘 사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상담과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A 씨는 회사 대표의 배우자인 임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지만,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서를 제출하자 근로감독관이 이를 근거로 A 씨에게 사건 종결을 통보한 사례가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인척인 사례는 지난해 1분기 25.9%, 2분기 27.3%, 3분기 22.5%로 모두 20%를 넘었다.

올해 1~2월 두 달 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상담 190건 중 사용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은 37건(19.4%)였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 부과 대상인 사용자에 대해 노동청이 사용자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며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12일 논란이 불거지자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도 사업장 내 자체 조사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개정된 지침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다만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담당감독관 교육 등을 강화하고 사용자 괴롭힘 사건에 대해 엄정 조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