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용기 생겼다"…퇴근 후 '수능 열공' 2030 직장인들

블라인드 앱엔 '의대 진학' 고민글…"수능 보는 직장인 많아질 것"
고소득·안정적 일자리 선호현상…사교육비 감당 여건 마련돼

ⓒ News1 DB

(서울=뉴스1) 박혜연 장성희 기자 = "의대 증원 소식에 용기가 생겼어요."

30대 직장인 여성 이모씨는 지난 1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던 차에 의대를 증원하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가 나오면서 의대에 진학하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던 직장인들 역시 반색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해왔다는 이씨는 "나이도 많고 주변에서 여성으로는 좋은 직업이라는 평판도 있어서 쉽게 일을 접지 못했다"며 "의대 공부가 오래 걸려도 장기적으로는 (의대 진학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직장인 고모씨도 지난달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해왔다. 그는 "(의대 진학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급증해서 수능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의 의대 입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의대 진학 고민하는 직장인들…"올해 무리해서라도 도전해볼 계획"

직장인들의 소통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도 의대 진학을 고민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보면 경찰, 공무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다양한 직종의 직장인들이 의대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나도 입학이 가능할까"라며 "가정의학과 전문의(면허)를 따서 중소도시 노인병원에서 즐겁게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장기적으로 의사 수가 증가하면 사회적 인식과 대우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이들은 의사에 대한 대우가 지금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더라도 일반 직장인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고씨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실질적으로 급여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맞지만 일반 직장인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급여도 많은 전문직"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해 온 40대 남성 A씨도 "의사 인원이 증가해 사회적 대우나 보수가 다소 낮아지겠지만 지방이나 소도시, 요양병원 등에서는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발표에 따라 입시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A씨는 "원래는 내년 입시(2026학년도)를 목표로 했는데, 내년에도 2000명 늘어난 인원이 유지될지 의문이 든다"며 "당장 올해에 무리를 해서라도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입시업계가 들썩이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2024.2.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고소득 일자리 열망 커져…사교육비 증가하면서 의료도 돈벌이 수단 돼"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의 '의대 열풍'을 고소득·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회적 현상 중 하나로 본다. 고용과 소득 불안정을 해소하고 사회적 인정까지 획득할 수 있는 '한 방'으로 의사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40대 후반에 퇴직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직은 퇴직 연령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어 경제적 노후 불안이 덜하다"며 "집값이 오르고 소비 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고액 연봉 직업에 대한 중산층의 열망이 커진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의대 입시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으면 사실상 의대 진학이 어려워진 상황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직장을 다니면서 얻은 소득이 입시에 재도전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김 교수는 "집안에서 학비나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는 이상 의대 가기가 힘든 세상이 된 건 사실"이라며 "의대를 나와도 응급실이나 외과 등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는 등 의료 서비스가 공공재라기보다는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