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막아도 혐오 표현 못 걸러내…결국 댓글창 폐지뿐?[악플러의 동굴⑧]

포털 악플 대응의 현재…AI필터링부터 실시간 채팅 개편까지
'악플 봉쇄' 힘 받는 댓글창 폐지론…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편집자주 ...악플러는 영미권에서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이라 불린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대부분 동굴에 살고 있다. 트롤은 인간을 공격하지만 햇볕을 쬐면 돌이 되거나 터진다. '현실 세계' 속 트롤도 양지가 아닌 음지를 지향한다. 악플러들이 온라인에 적어 올린 글은 흉기가 돼 누군가의 삶을 위협한다. 이들은 왜 악플을 다는 걸까. <뉴스1>이 직접 만나 악플러들의 '이중생활'을 들어봤다.

ⓒ News1 DB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공론의 장인가, 혐오 표현 배설의 공간인가.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뉴스 댓글을 향한 두 가지 시선이다.

양대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가 소비되면서 포털 댓글은 다양한 층위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재 뉴스 댓글은 무차별적인 비난과 혐오 표현으로 물들면서 더는 공론장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악성 댓글(악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놓고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부터 가장 극단적으로는 댓글창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AI 필터링부터 실시간 채팅 개편까지…네카오의 악플 대응

네이버와 카카오가 악플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양대 포털은 2004년 댓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댓글 개수 제한 △댓글 이력 공개 △댓글 어뷰징 방지 시스템 도입 △댓글 정렬 방식 변경 △AI 기반 필터링 적용 및 고도화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댓글 문제에 대응했다.

특히 양사는 인공지능(AI) 기반 필터링 고도화에 힘써왔다. 네이버는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AI 기반 악성 댓글 탐지 기능 'AI 클린봇'을 활용했다. 카카오는 2017년 AI 기반 '욕설 음표 치환 기능'을 적용한 데 이어 2020년 12월부터 AI 기반 댓글 필터링 기능 '세이프봇'을 도입했다.

네이버 'AI 클린봇' 도입 전후 악플 생성·노출 비율 그래프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악플 노출 비율이 AI클린봇 적용 이전인 2019년 21.9%에서 지난해 13.5%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악플 생성 비율도 24.8%에서 18.6%로 줄었다. 카카오는 욕설·비속어 댓글이 세이프봇 도입 이전인 2020년 대비 지난해 기준 63.8%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의 욕설·비속어 범주 안에 들지 않는 혐오 표현을 걸러 내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지적된다. 악플 중에는 노골적인 욕설뿐만 아니라 교묘한 혐오 표현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를 포털에서 본 이용자의 69.5%가 혐오·인신공격성 댓글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뉴스 댓글을 본 이용자 86.9%는 혐오·인신공격성 댓글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댓글창 폐지론도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악플 문제가 심각한 연예뉴스 댓글을 2019년 10월부터, 네이버는 2020년 3월부터 폐지했다. 2020년 8월에는 양사 모두 스포츠뉴스 댓글을 없앴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는 모든 다음 뉴스 댓글을 기사 게재 후 24시간만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개편했다. '타임톡'이라고 불리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대다수 이용자들은 사실상 댓글창 폐지로 인식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8일 '다음' 뉴스에 기존 댓글 대신 실시간 채팅 방식의 '타임톡'을 적용했다. 일부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부적절한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 제공)

◇전문가들 "댓글창 폐지는 근본적 해법 아냐"

댓글창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한다. 사회적 논의 없이 포털의 일방적인 댓글 정책 개편에 대한 지적도 쏟아진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타임톡 댓글 수를 노출하기 시작했다"며 "타임톡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이용자들 의견 확인하고 지속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댓글을 없애는 방식이 악플 근절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댓글 공간을 없애버리는 식으로 대응하면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 공간이 사라진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댓글 관리자를 두는 등 댓글의 순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댓글 폐지냐 아니냐가 아닌 댓글이 필요한 기사와 아닌 기사를 구분해 세분화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현재 댓글에 대한 논의가 포털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댓글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해 모두가 대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이용자 요청이 있거나 플랫폼 사업자의 임의 임시조치를 통해 악플을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이해 상충 관계에 있어 사업자가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는 이용자 요청 없이 사업자가 악플에 대응했을 때 면책 규정이 없는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