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응급실 뺑뺑이, 또 환자 탓하는 정부와 의사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교수)

편집자주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의사 수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되나 의료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배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나쁜 의료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논쟁적 존재'가 되는 김 교수가 앞으로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를 통해 의료계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환자 진료 관련 안내문 모습. 2023.1.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문제 대책으로 경증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해야 할 센터에 경증 응급환자가 너무 많이 몰려서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될 때마다 의사들이 내세웠던 주장을 정부가 또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말 정부와 의사들 주장대로 경증 응급환자가 응급실 뺑뺑이의 주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응급환자 수는 외국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인구당 응급환자 수는 우리나라의 3배를 넘어서고, 영국의 응급환자 수도 2.5배에 달한다. 일부 의사들 주장처럼 응급실 진료비가 싸서 응급실을 남용한다고 할 수 없다. 둘째 외국에 비해 경증 환자의 비중도 높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응급환자 중 입원을 하는 환자의 비중은 미국에 비해 10% 더 높다.

응급센터별 응급환자 수와 전원율 관계

실제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센터의 응급환자 수와 중증 응급환자 전원율 간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연간 응급환자 수 약 3만명밖에 안 되는 조선대병원과 중앙대병원의 전원율이 8~9%에 이르지만 응급환자가 7만명이 넘는 분당차병원, 의정부병원, 길병원 전원율은 3~4% 수준이다. 이른바 '빅5병원'이라고 불리는 삼성서울병원의 전원율은 응급환자 수가 비슷한 계명대동산병원이나 건국대병원에 비해 2.5배 높다. 이는 경증 응급환자가 많아서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는 게 아닌 것을 보여준다.

진짜 원인은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고, 병원이 응급환자에게 입원실, 중환자실, 수술할 의사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응급실 전문의 수는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학병원은 입원실의 15%, 중환자실의 18%, 수술실의 2%만 응급환자에게 배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자원을 비응급·비중증 환자에게 배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환자가 아니라 병원에 있다.

백번 양보해서 경증 응급환자가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먼저 의료전문가가 아닌 응급환자는 자신이 중증인지 경증인지 구분할 능력이 없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응급환자에게 중증, 경증을 구분해서 적절한 수준의 병원을 선택하라는 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도 없다. 119 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를 구분해서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큰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체 응급환자 중 119 구급대가 이송하는 경증 환자(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 기준 4~5등급)는 6.8%에 불과하다.

정부 계획대로 센터를 찾은 경증 응급환자를 작은 응급병원으로 전원시켜도 될까? 위험하다. 응급의료에서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나누는 이유는 시급하게 진료할 중증환자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지 경증으로 분류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기 위한 게 아니다. 실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를 기준으로 4군 경증 환자와 3군 중등도 노인 환자의 입원율, 중환자실 입원율,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경증 환자로 분류된 약 186만명의 응급환자 중 약 3만4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 선진국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경증으로 분류된 환자 중 일부는 나중에 중증 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어 중증도 분류 결과만으로 경증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기준 3군 중등증과 4군 경증 환자 중증도 비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그러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응급실 전문의를 지금의 2배로 늘리고, 외과 등 배후 진료과 인력을 병원당 대략 10명쯤 늘리면 된다. 당장 내년부터 새로 배출되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문의들이 개원하는 대신 대학교수로 응급실 전담전문으로 고용하면 된다.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전문의와 배후 진료과 전문의를 늘리는데 필요한 의사 수는 약 800명이다. 큰 병원에 자리가 없어서 개원하는 필수 진료과 의사를 고용하도록 하면 된다.

둘째, 대형병원에 중요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7000억원 규모의 진료비 가산제도인 의료 질 평가지원금을 병원의 응급진료 기능과 연계해야 한다. 끝으로 선진국처럼 응급환자가 넘쳐나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환자를 보내지 말라고 미리 선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조건 환자를 받아서 우선 살려놓도록 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료관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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