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으로 간호사의 단독 개원 가능할까…"현실적으로 어려워"

의협 등 반대 측 "간호법 제정에 의도있어"…간협 "가짜뉴스" 반박
미국 일부 '너싱홈' 있지만 현지 전문간호사도 의사 지도아래 업무

국제 간호사의 날을 하루 앞둔 11일 울산대병원 특수(음압) 중환자실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1.5.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제정 반대 측은 간호사의 업무영역 확대, 단독개원 가능성을 의심하는 모습이다.

간호법 제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의협 등은 지역사회라는 언급이 "의료기관 밖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한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의 보조'라며 근거 없는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간호법이 마련된 미국에서의 전문간호사, 일본의 간호사들도 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를 돌보고 있어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3.4.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협 등 반대 측 "'지역사회' 언급? 간호사가 의사 지도·감독에 벗어날 것"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은 "간호사들이 독자적으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다"는 논란으로 시작됐다. 조율 과정을 거치며 간호사의 역할은 현행 의료법과 거의 유사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갈등 요소가 사라진듯 하지만 의협 등은 여전히 반대한다.

간호법에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이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지역사회'라는 문구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의협 등은 "간호사가 간호법 제정을 계기 삼아, 독자적 방문 처치 등 업무 범위를 넓혀 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간호법 제정 자체가 입법 과잉이며 간호사들의 이기주의, 직역 간 갈등 소재라고 지적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의협 측 분석 결과, 미국 외 단독 개설 사례 없고 간협도 "그럴 뜻 없다" 밝혀

국가마다 실태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간호법이 제정된 해외 사례를 보면 의협 주장대로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의료활동을 하거나 기관을 개설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의협 주장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1개국이, 간협 주장으로는 OECD 회원국 중 33개국이 간호법을 제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의협이 11개국의 간호법을 분석한 결과 △면허관리 기구의 설치 및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 불만 접수 △조사·징계 등 면허관리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들이 주로 담겼다.

하지만 의협은 "미국의 '너싱홈'(Nursing homes)과 같은 간호 기관 개설을 통한 독립적 의료행위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에 간협 측은 "이미 국내에 너싱홈이 도입돼 있고 농어촌 보건 의료특별법에 따라 보건 진료 공무원은 간호사가 할 수 있고 환자 진료 지침에 따른 처방권도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넓은 영토와 비싼 의료 탓에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에 대한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너싱홈 같은 간호사의 독립적인 의료행위를 인정하게 됐다는 게 간협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농어촌 보건진료 공무원 역시 의료접근성으로 인한 일부 사례라는 얘기다.

지난 2021년 방한해 간호협회를 찾은 강선화 재외한인간호사회 총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주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에 차이가 있다. 의사의 지도 아래 환자를 돌보면서도, 주의 간호법에 따라 전문간호사 단독으로 처방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의사의 지도'라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강 총회장은 "한국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상하 수직 관계라면 미국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협업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관계"라며 한국도 미국처럼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에 따르면 일본도 간호법이 제정돼 있고 고령화가 심화해 간호사의 방문간호를 활성화했다. 하지만 해당 간호사는 의사에게 보고서를 써야 하고 의사의 지도하에 모든 행위가 이뤄진다.

이를 근거로 간협은 "간호사가 의사의 일을 하거나 단독 개원하기 위해 간호법을 제정한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이미 간호사가 각종 법령에 근거해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에 배치돼 있다. 이를 간호법에 종합적으로 명시한 것일 뿐, 다른 직역의 권익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