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차공간 왜 이리 부족할까'…주차장 한 면에 3억5000만원

車 급격히 늘었지만 주차장은 부지 없고 건설 비용도 올라
서울시 '모아타운' 등 '주거 환경 개선' 차원에서 접근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의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임원준씨는 매일 저녁 퇴근 뒤 '주차 전쟁'을 벌인다. 다름 아닌 본인의 집 앞이지만 매일밤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다 집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하기도 한다. 퇴근길에 집 도착 전부터 주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임씨는 주차 문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주차난 문제가 수요(자동차 등록대수)는 점차 증가하는 반면 공급(주차 공간 확보)은 한계에 부딪히면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이다. 특히 주택가의 주차공간 확충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물리적·경제적 한계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서울시는 주차장의 대규모 신규 건설보다는 주거환경 재정비 차원에서 공간 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차 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 대수 자체가 빠르게 증가한 상황이 문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우선 등록차량 자체가 너무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며 "과거에는 '한 집'당 1대였다면 이제 아이·노약자를 제외한 '성인' 1명당 1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서울의 자동차등록대수는 지난 2011년 297만7599대에서 지난해 319만3351만대로 10여년만에 20만대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의 주민등록인구는 1024만9679명에서 942만8372명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주차공간에 대한 수요 상승과 별개로 공급 차원의 한계도 뚜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 전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137%다. 차량 100대당 주차 공간은 137면 확보됐다는 의미다. 언뜻 주차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듯한 수치지만 주택가로 한정하면 확보율은 104.3%이며 그중 아파트를 뺀 다세대, 연립, 빌라는 63%에 불과하다. 100대 중 40여대는 주차할 곳이 없는 셈이다. 도심지·상업지 등에 비해 실질적인 주차 수요가 더욱 큰 주거지의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에 공동주차장 건설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기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부설주차장 개방 지원사업, 그린 파킹(담장 허물기) 사업을 진행해왔다.

부설주차장 개방 사업은 아파트, 기업, 종교시설 등 일반 건축물·학교의 유휴 주차장 개방을 유도하는 사업으로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담장 허물기 사업 또한 담벼락·대문을 허물고 그 공간을 주차 용도로 이용하도록 해 '공간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장을 만들 부지가 더 이상 없고 주차장 건설비용이 너무 커졌다"며 "부지 매입이 필요 없는 공공부지여도 주차공간 1면 건설에 1억6000만원가량이 든다"고 설명했다.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건설하는 경우 비용은 더욱 커진다. 일례로 성동구에서는 주차장 한 면을 조성하는 데 비용이 최대 3억5000만원까지 드는 상황이다. 1, 2년 전과 비교해 비용이 50~60% 상승했다.

시 관계자는 "공공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유지 매입에 엄청난 돈을 들이며 주차장을 짓는 것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며 "당분간 현재와 같은 정책 방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 경사 램프를 걷는 사람들. ⓒ News1

시는 특히 기존 주거 환경의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모아주택·모아타운' 등 '주거 환경 조성'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아주택·모아타운'은 재개발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다세대·다가구주택 등을 블록 단위로 모아 단지화하고 공원 등 공동 이용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사업 내용 가운데 모아타운 단위에서의 '지하주차장 통합 설치'가 주차난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지하에 하나의 커다란 통합 지하주차장 설치가 가능해짐으로써 기존 지하주차장의 공간 활용 난점이었던 출입구 경사 램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설치되는 경사 램프는 지하주차장 이용을 위한 필수시설이나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주차장 건설 시 딜레마로 작용한다.

소규모 지하주차장인 경우 주차 공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공간이 램프 조성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여러 개 짓는 대신 모아타운을 통해 일원화하면 출입구를 1~2곳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주차 공간을 둘러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주차 공간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차 수요를 줄이는 게 핵심"이라며 "지나치게 저렴한 주차비를 비롯해 승용차와 대중교통 간 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주차장 건설·운영비를 고려할 때 서울 도심 주차장 이용료는 한 시간에 5000~1만원이 적당하다. 현재 시간당 1000~1500원 수준은 지나치게 저렴한 탓에 반드시 자가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차를 끌고 나오게 된다.

다만 김 교수는 주거지역 주차난에 대해서는 "주거지는 일단 공급을 더 하는 게 맞다"며 "도심의 주차비를 더 걷어 그 돈으로 주차 시설이 부족한 주거지에 보조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