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평가·연봉 2500만원 다 버렸다"…'조용한 퇴사' 선택한 MZ들 왜?
"경쟁 신물, 워라밸 추구"…회사 다니면서 새로운 취업 준비
"금전적 보상만이 해결책 아냐…'시간 선택권' 등 개인 권한 늘려줘야"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회사 성과와 개인은 별개더라고요."
대기업 입사 5년차 김모씨(32)는 지난해 말 '조용한 퇴사'를 결심했다. 5개월 동안의 장기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였다.
'조용한 퇴사'는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지난해 5월 회사 내 주요 프로젝트 참여 제의를 받았다. 김씨는 "4년간의 회사생활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며 "성공적으로 업무를 마무리해 회사 내에서 더 승승장구하고 싶었다"고 제안 받을 당시 감정을 설명했다.
김씨의 심경이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추가근무도 자청하며 업무에 매진했지만 끝나고 난 후 남는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식으로 갈음하는 성과 보상과 가벼운 칭찬. 그리고 또다른 업무의 시작. 김씨는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사에서 성과를 내면서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올해 초 경쟁이 덜하면서도 오래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그가 내린 답은 전문직인 '노무사'였다.
승진 욕심을 버린 김씨는 올 초부터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최소한으로 한다. 나머지 시간은 노무사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어느 직업이든 경쟁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안다"면서도 "그래도 개인의 성과를 조금더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퇴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이 삶의 전부였던 기성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용한 퇴사' 열풍은 '가족 같은 회사'라는 감상적 설득으로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워라밸 위해 연봉 2500만원 삭감도 감수"…치열한 경쟁에 '번아웃'
'조용한 퇴사' 현상은 많은 회사에서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9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0%가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MZ세대인 20대(78.5%)와 30대(77.1%)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MZ세대들의 '조용한 퇴사'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책 '조용한 퇴사'의 저자 이호건 박사는 "다양성과 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MZ세대의 특성상 한두 가지 요인만으로 퇴사 현상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고연봉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워라밸, 경쟁으로 인한 '번아웃' 등 다양한 이유로 연봉을 깎으면서까지 이직을 결심한다.
올해 초 공기업으로 이직한 박모씨(33)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씨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2017년 고연봉의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4년차였던 2020년 공기업 이직을 결심하고 3년간 '조용한 퇴직'을 준비했다.
박씨는 "연차가 쌓일수록 남들과 경쟁하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며 "경쟁 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다니면서 취업 공부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며 "오래 걸리긴 했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최소한으로 하면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공기업으로 이직하면서 그의 연봉은 2500만원이 줄었다. 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금전적 보상만이 해결책 아냐…'시간 선택권' 등 개인 권한 늘려줘야"
흔히 퇴사를 막는 방법으로 금전적 보상을 꼽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조용한 퇴사' 열풍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건호 박사는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이 퇴사하려 할 때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그들에게 다양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 선택권' 등 조직 내에서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그들이 책임감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워라밸을 개인에게 주는 혜택 차원을 넘어 조직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MZ세대와 관계를 지속하는 일은 어쩌면 힘들고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며 "오늘날 경영자나 리더에게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 설정에 있어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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