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소각장 이어 차량기지까지…서울시, 안팎으로 '기피시설' 갈등

구로차량기지 이전 놓고 광명시 반발
대체 수도권매립지 조성도 답보 상태

구로차량기지에 차량들이 정차돼있다.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광명시민과 박승원 시장 등이 전면 백지화를 외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구로차량기지 문제를 경기도 내의 모든 서울발 '기피시설' 문제로 확장하며 경기도와 공조를 모색하고 있어 자칫하면 거대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로서는 인천과의 쓰레기매립지 갈등과 마포구 소각장 문제에 이어 구로차량기지까지 주민 기피시설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 광명시 아닌 '경기도의 문제' 된 구로차량기지 이전…경기도·서울시 '난감'

21일 광명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광명시민 1000여명이 궐기대회를 열고 구로차량기지 이전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구로차량기지는 지난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조성된 전동차 수리·점검소로 조성 이후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05년 '수도권발전 종합대책' 일환으로 수도권 외곽 이전이 추진되기 시작했으나 광명시 등 대상지 반발로 18년째 제자리 걸음을 했다.

한동안 진척이 없던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는 이르면 이번달 말 타당성 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회의 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 2016년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대해 광명시가 사업비 증가를 명목으로 재조사를 요구해 2020년부터 진행돼왔다.

광명시 측은 행정·정치·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궐기대회에 앞선 지난 2일 광명 이전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등 200명이 기재부와 국토부를 압박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7일에는 임오경 국민의힘 국회의원(광명 갑)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명 을)까지 나서서 "구로구의 민원을 해소하고자 광명시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4일에는 박승원 시장이 경기도의회를 찾아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의 주된 문제제기는 정부 측이 타당성 조사 등 과정에서 당사자인 광명시 측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량기지 지하화와 전철역 5개 신설이라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논의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조건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사업 주체가 되며 서울시는 갈등에서 한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오세훈 시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해서 사업 결과에 민감한 건 서울시로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박승원 광명시장이 김 도지사를 만나 경기도 차원에서의 대응과 협조를 부탁하는 등 '판을 키우고' 있어 서울시로서도 난감하다.

박 시장은 14일 김 지사를 만나기 앞서 "서울시의 혐오시설로 인한 문제는 서울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지자체 간 기피시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박 시장으로서는 구로차량기지 문제를 지자체 간 기피시설 갈등이라는 더 큰 프레임으로 확장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에 경기도는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필요한 상황이나 광명시, 고양시 등의 불만을 모른 채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고양, 파주 등 경기도 전역에는 물재생센터, 화장장, 묘지 등 다수의 서울시 소유 '기피시설'이 위치해 있다. 특히 고양시는 최근 마포구 소각장을 두고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홍정기 전 환경부 차관이 인천 수도권매립지를 방문한 모습. (환경부 제공) /뉴스1

◇ 인천 쓰레기매립지, 마포 소각장…안팎으로 기피시설 문제 겪는 서울시

기피시설을 둘러싼 인근 지자체와의 갈등은 서울시에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인천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두고는 서울시 등 당사자 지자체들이 첨예한 갈등으로 10년 가까이 이렇다할 방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92년 운영을 시작한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전역의 폐기물 처리를 30년간 홀로 담당해왔다. 매립장 수용 한도가 가까워오고 주민 불만이 빗발치며 대체 매립지 조성 논의가 시작됐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당시 합의에서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할 경우 현행 인천 매립지의 잔여부지 15%(최대 106만㎡)까지 추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한 탓이다.

인천시로서는 4자가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대비책'에 합의했지만 나머지 3자는 되려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야 할 급박한 필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후 인천시와 서울시·경기도는 각각 '매립지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4자 합의에 따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2021년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공모를 시행했으나 두 번에 걸친 공모에도 입찰하는 곳이 없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환경부가 △시설 설치 사업비 20% 이내에서 주민 편익 시설 설치 △매년 반입 수수료의 20% 이내 주민지원기금 조성 △특별지원금 2500억원 △매년 반입수수료 50% 가산금 기초지자체 직접 제공 등 거대한 규모의 혜택을 내세웠음에도 나서는 지자체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대체매립지 조성을 내세우고 문제 해결이 시급해지면서 지난달 4자 협의체는 8년 만에 재가동됐다. 그러나 부지 선정이라는 '큰 산'을 넘을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점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이 소각장 설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서울시가 부지 선정을 강행한 마포구 추가 소각장의 경우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마포구를 대상지로 발표한 데 이어 주민설명회, 공청회, 구체적인 입지 선정(서울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마포구 측의 거센 반발로 설명회가 한 차례 파행에 이르기도 했다.

소각장의 경우 법적으로 마포구 측 의견이 건립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순 없으나 서울시로서는 거센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 차원의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와 인천 매립지 4자 협의체의 전처리시설 확충 합의 탓에 불가피하게 이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부지 선정부터 건립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기피시설 문제에 전문가는 결국 '민주주의 원칙'과 '보상의 원칙'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에는 어딘가 건설돼야 하는 시설이지만 누구도 원치는 않기 때문에 답이 없는 문제"라면서도 "정부나 정치가 더 큰 책임을 져야하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당사자 의견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도 민주적 과정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며 "주민들이 작은 부분이라도 주체적으로 정할 기회를 주거나 적어도 제때 정보 등을 알리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 반발이 있는 경우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시해 합의를 이루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