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버튜버'가 떴다…"구독과 좋아요 부탁해요"
[서울ZOOM人] 강서구청 주무관의 '버튜버' 도전기
얼굴·성별·이름 모두 '비밀'…"캐릭터로만 봐주세요"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렇게 사회생활 하는 겁니다, 여러분."
"공무원 지망하시는 '공시생' 여러분들, 다들 참고하세요. 예산 집행 관련 서류 무지하게 많거든요? 이게 여러분들의 미래입니다."
"이거 안 잘리고 계속하려면 구독자 수 계속 조금은 늘어나야 하거든요."
서울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에 통통 튀는 입담과 재치로 무장한 신인 유튜버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실제 인물이 아닌 3D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버추얼 유튜버'가 그 주인공으로, 캐릭터 뒤 인물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25일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1일 구 대표 캐릭터인 '새로미'를 의인화한 '버튜버'를 활용해 '브이록스'([V]loGs)라는 새로운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의 줄임말로,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이용해 사람의 행동을 대신 표현하는 캐릭터가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말한다. 전국 지자체에서 버튜버를 활용한 사례는 강서구가 최초로 알려졌다.
버튜버의 탄생 배경과 강서구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브이록스' 1편은 만화·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전날(24일) 기준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5만4000회를 넘어섰다. 이 영상으로 채널에 유입된 시청자들 덕에 1000회를 밑돌던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채널 구독자도 9400여명에서 1만1100여명으로 늘었다.
채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 영상의 제작 전 과정은 강서구청 소속 A주무관이 맡았다.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평소에 관심이 있던 버추얼 유튜버와 구정 홍보를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A주무관은 "구청장님이 주신 재량권을 과하게 해석해서 (콘텐츠를) MZ세대의 성향에 맞춰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며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아이돌 '소녀 리버스' 기획을 보고 버추얼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는 것 같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획 입안부터 촬영, 편집, 시사, 영상 업로드까지 걸린 시간은 2주 남짓으로, 마치 한 편의 극비 작전처럼 진행됐다. 제작 과정에서의 피드백을 최소화해 좀더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A주무관은 "팀원들에게도 '뭘 하나 기획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고, (영상 제작이 끝나고) 내부 시사만 한 번 했다"며 "어찌 보면 위험한 모험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획 내용을 내부 직원들에게까지 비밀에 부치다 보니 구청에서 구비하고 있는 장비들을 쓰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영상 촬영은 개인 휴대폰 카메라를, 음성 녹음은 구청 직원들에게 보급되는 헤드셋 마이크를 이용했다. 또 추후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무료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A주무관은 "댓글에서 '다 좋은데 오디오(음질)는 한 번 잡아야 되겠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구청의 명예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콘덴서 마이크는 당연히 있다. 다만 팀원들이 모르도록 기획을 추진하다 보니 있는 장비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주무관의 진짜 얼굴과 성별, 이름 등은 모두 '영업 비밀'이다. 버추얼 유튜버 문화를 향유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뒤쪽의 사람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A주무관 역시 '강서구청 버튜버'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캐릭터는 성별을 알 수 없도록 중성적으로 디자인하고, 원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음성변조도 했다.
또 캐릭터의 발랄하고 개성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고, 시청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밝은 모습으로 녹화에 임했다.
담당 업무와 영상 제작을 병행하다 보니 새벽 2시를 넘겨 퇴근하는 날도 숱했고 주말 출근까지도 감행했지만, 진척이 생길수록 열정은 커져만 갔다.
A주무관은 "기획이 한 번 구체화되니 '해 보니까 되겠다', '그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열의가 생겼다"며 "(영상) 공개가 늦어지면 다른 지자체에서 먼저 (버튜버를) 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관념도 생겨서 더 서둘렀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버튜버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A주무관은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A주무관은 "주목을 받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기분"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지자체 유튜브나 콘텐츠는 아무래도 조금 딱딱한 면이 있고 실질적으로 (구민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많은 고민이 되죠. 그래도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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