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약 포장기계가 낫다" 약사 "리베이트는"…'성분명 처방' 전쟁
식약처장 '적극 동의' 언급 후 양측 단체 갈등 재점화
의사가 성분명 처방하면 약사가 특정 제품 선택 방식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의약품 성분명 처방'을 두고 의사와 약사 단체 간의 갈등이 격해지면서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특정 상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가 해당 성분과 함량을 가진 제품 중에서 하나를 골라 환자에게 조제해주는 방식이다.
약사 단체는 성분명 처방을 실시하면 소비자의 약에 대한 선택권은 물론 의료 접근성이 강화되고, 환자의 약제비·건강보험 약품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타이레놀' 처방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 처방을 하게 되면 코로나19 유행 시기 일부 감기약 등의 품절 사태 같은 일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성분명이 같다고 똑같은 약이 아니다"라며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이 경우 책임 소재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박종혁 전국의사총연합 정책국장은 8일 "성분명이 같다고 해서 동일한 약이 아니다"라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동일한 성분명의 범주도 넓다"고 설명했다. 또 "본질적으로 동일한 약이 아니라서 당연하게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그대로 직제하는 게 원칙"이라며 "어떤 약이 들어갔는지 명확해야 책임 소재도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오랜 의약 갈등 소재인 성분명 처방은 지난달 20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 약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식약처와 각종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뜨거워졌다.
앞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분명 처방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제도적으로 정착 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며 조 장관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의사 단체에서는 '약 자동 포장 기계'까지 거론하며 약사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성명에서 약사 출신인 오 처장을 비판하면서 "대부분 약국에서 자동 포장 기계가 약사 업무를 오류 없이 하고 있는데 약국을 열고 있는 약사가 왜 필요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약사 단체도 지지 않고 '리베이트'를 꺼내 반격에 나섰다.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성분명 처방은 신속히 도입해야 할 제도"라며 "정부조차 반발에 못 이겨 의료서비스 복지 선진화로의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분명 처방으로 환자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을 알게 되고 능동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 약의 정보를 알게 돼 소비자의 알권리가 확보될 것"이라며 "또 의약품 선택권이 의사, 약사, 환자로 분산돼 일부 남아 있는 리베이트 관행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리베이트' 언급은 의사 단체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것이 상품명 처방을 통한 제약사에 대한 지배적 위치를 잃고 싶지 않아서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서울시약사회의 성명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명과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이번주 중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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