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설치·김근식 거주지 "우리 동네 안된다"…이유있는 '반발' 해법은?
나흘 전 일방통보, 기피시설 논의에 당사자 제외…주민 반발 자초
전문가들 "충분한 숙의기간 거치고 주민 설득해야"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기피대상 거부 심리가 사회 곳곳에 확산하고 있다. 출소 하루 전 재구속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에서부터 서울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설치 반대 사태까지 잊을 만하면 비슷한 갈등은 전국 각지에서 되풀이된다.
최근 두 사례 역시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숙의 기간이 없었고 절차적 정당성마저 인정받지 못했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주민과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고 장기간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근식이 출소 후 의정부 한 시설에 거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던 상암동 소각장 건립을 위한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열리지도 못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재산·건강·교육에 단점으로 작용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의견 표출하는 것은 자유"라며 "두 사례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지만, 주민들의 반발을 조화롭게 조정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흉악범이 고르면 주민은 수용해야?…행방 알 길 없어 '깜깜이'
김근식이 출소 후 의정부에 있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서 지낼 것이란 소식은 한때 의정부시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출소까지 단 나흘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김근식 이동을 막기 위해 도로를 폐쇄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의정부지역 주민 1000여명은 결사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후 김근식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서 출소 하루 전 재구속이 결정됐지만,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김근식이 머물기로 선택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형사 또는 보호처분을 받은 사람에게 최대 2년간 숙식과 교육을 제공하며 자립을 돕는 시설이다. 공단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과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운영된다.
문제는 김근식과 같은 흉악범이 스스로 희망 거주 지역을 선택할 수 있고, 이후 지역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안내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공단에 따르면 매달 교정기관 출소 예정자 가운데 입소 희망자 또는 교정기관이 선정한 대상자가 사전 면담을 받는데, 시설 정원과 출소 당사자 의사가 거주지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고려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주민이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고 해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최소한 제도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었다"며 "최근 변화한 국민 정서를 반영할 때 적절하지 않은 행정절차"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어느 순간 국민들이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범죄자는 인권이 없다'는 등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님비현상이라기보다는 정당한 집단행동이자 의견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교수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범죄자를 특정 지역에 감금하거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정부에 없기 때문에 주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개인의 인권과 주민들의 의견을 조화롭게 보장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 빠진 논의과정…주민 설명회 파행 초래
마포구 상암동 지하에 1000톤 규모 신규 쓰레기 소각장을 설치하는 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지난 18일 서울시가 건립지 선정 배경 설명을 위해 마련한 주민설명회는 고성과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파행했다.
마포구와 주민들은 부실한 의견수렴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 마포구 주민대표를 포함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주민 대표에 마포구민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당시 부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특정 자치구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마포구가 최종 입지로 선정된 만큼 주민 대표 없이 마포구가 채택되는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당국에서는 시간제한에 따라 서둘러 처리하려 했을 것이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보다는 행정 절차에 정해진 의무 사항에 따라 대표자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했을 것"이라며 "(입지 선정 기간 2년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의견 수렴을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지를 선정한 입지선정위원회는 2020년 12월15일 설치됐다. 마포구 주민들은 위원회 출범 닷새 전인 같은달 10일 개정 시행된 시행령(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적 구성을 달리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정 시행령 부칙에 따라 개정 전에 설치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은 종전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어 위원회 구성이 적법하다고 반박한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11명(주민대표 3명,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포함)으로 구성됐다.
파행을 겪은 주민설명회도 입지선정위원회가 지난 8월 부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후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주민들은 당초 마포구를 포함해 입지 후보지 5곳이 정해졌을 때부터라도 설명회나 공청회와 같이 각 지역 구민 입장을 반영하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선정 과정에는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직접 영향을 받는 주체와 함께 충분한 사전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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