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아무도 못 알아보는' 증명사진 신상공개, 이대로 괜찮나

보정되고 오래된 증명사진 공개 "실효성 떨어진다" 지적
미국·일본 등 해외는 머그샷 공개…韓은 '피의자 동의'받아야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신당역 살인' 피의자 전주환이 병원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는 모습(왼쪽)과 경찰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 결정한 전주환의 증명사진(오른쪽)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이번에 공개된 증명사진, 보정까지 다 돼서 전혀 알아보지도 못하겠던데요?"

경찰이 최근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의 증명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모습과 괴리가 커 신상공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처럼 일명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도 같이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19일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이 참여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전주환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 인정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충분한 증거 △스토킹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위험성 등 공공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호송되는 사진(왼쪽)과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공개된 과거의 증명사진(오른쪽) ⓒ 뉴스1

◇"신상공개 증명사진? 당장 길에서 만나도 못 알아볼듯" 지적도

현재 경찰은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을 때만 머그샷(피의자 사진)을 공개할 수 있다.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신분증의 증명사진만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에 따라 공개된 전주환의 증명사진도 실제 모습과 너무 달라 신상공개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29·여)는 "모자이크한 사진에서 얼핏 본 실루엣과 증명사진 괴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며 "오늘 당장 길에서 만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학생 최승원씨(25)도 "공개된 증명사진은 얼핏 봐도 눈동자를 키우는 등 사진관의 '후보정'이 가해진 사진"이라며 "언론에 잡힌 법원이나 경찰서에 들어가는 모습과 전혀 달라보이는데, 이래서야 신상공개를 하는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전모씨(37·여)는 "전에 n번방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범들의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졌었는데 그때도 중·고등학생 때로 보이는 증명사진이 공개돼 황당했었다"며 "요즘은 코로나19 핑계로 마스크도 안 벗고 있어 체포된 뒤에 찍힌 사진들도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국내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살해한 이석준(26)이 유일하다. (서울경찰청 제공) 2021.12.14/뉴스1

◇"현 신상공개 방식 실효성 낮아…입법 목적 충족 어려울 수 있어"

미국의 경우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정보로 규정하고 범죄 종류나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이를 공개한다. 다만, 공익과 프라이버시권 간의 비교형량에 따라 법원이 공개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역시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며, 전면적인 신상정보의 공개도 이뤄진다. 범죄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로 간주해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까지 제한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한다.

국내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살해한 이석준(26)이 유일하다. 이외의 신상공개 대상자 대부분은 신분증의 증명사진만 공개돼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상공개제도의 입법 목적은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방지, 범죄 예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현재 사진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데 지금의 증명사진으로는 제도 도입 목적을 충족하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 위원은 "고유정도 소위 커튼머리로 얼굴을 가렸었고, 피의자들이 외부 마스크 의무가 해제됐는데도 마스크를 하고 나오면 이를 건드릴 수 없지 않느냐"며 "단순히 증명사진 공개를 문제삼을 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예규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검찰 송치 모습(왼쪽)과 신상공개 시 공개된 증명사진(오른쪽)ⓒ 뉴스1

◇"신상공개 만능주의 풍조 우려…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가능성도"

반면 신상공개제도가 무작정 확대되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기본권 제한에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관점이다.

강서영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은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신상공개제도는 수사기관의 결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자의 신상을 전국민에게 일시에 공개하는 방식"이라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까지 달성되는 공익이 기본권의 침해 정도를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사회적 관심을 받는 강력 범죄가 보도될 때 마다 공개대상 범죄나 공개대상 정보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곤 한다"며 "이는 범죄의 본질을 왜곡하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신상공개제도 만능주의' 풍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전 남편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은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커튼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다녀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2019.9.2/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