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영광~" 호텔 결혼식 찬송가 사고…무교 부부에 벌어진 악몽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신혼부부가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던 중 찬송가가 흘러나오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월 초 결혼식을 올린 A씨는 최근 결혼을 주제로 운영되는 한 네이버 카페에 "악몽이 돼버린 내 결혼식, 위로해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결혼식 시작 후 약 10분 정도 지났을 시점, A씨 어머니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호산나~'라는 구령과 함께 누군가 생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A씨 부부는 모두 무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군가 식장에 난입해 마이크를 빼앗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사회자가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찬송가는 누구의 저지도 없이 2분간 계속돼 A씨 부부는 물론 하객들도 크게 당황했다. 식장에는 어떠한 안내도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대형 교회의 마이크와 주파수가 혼선돼 벌어진 일이었다.
A씨가 공개한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호산나~ 주님께 찬양하라. 영광! 영광!" 등 찬송가가 크게 울려 퍼졌고 A씨 부부는 어쩔 줄 몰랐다. 하객들은 "적당히 해야지, 이게 뭐냐"며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호텔 측 스태프들은 멀뚱거리며 가만히 서 있다가 뒤늦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찬송가가 끝나자 사회자가 나서서 "기독교가 아닌 불교를 믿으시는 분께는 죄송합니다. 저도 굉장히 당황스럽네요"라며 수습했다.
A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10년 전에도 발생했던 사고라는 걸 알게 됐다"며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한 허접한 수준의 호텔 측 대처"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파수 혼선 사고가 났을 때 마이크를 전체 'off'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와 이후에는 어떠한 장중 안내도 없었다"며 "혼주와 신랑, 신부에게만 구두로 이야기했고 하객 누구도 호텔 측 사고라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담당 지배인은 결혼식이 끝난 뒤 "만약 제 결혼식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보상이 안 되겠지만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동시에 꽃 업그레이드(상향조정)와 음료값의 일부인 90만원을 할인 처리하고 본사 협의 후 보상 방법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이후 총괄 지배인은 A씨 부부에게 "사고에 대해 보고받았다. 죄송하다. 현장에서 할인을 받았으니 추후 투숙할 때 제게 연락 주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보상 방법에 황당함을 느낀 A씨 부부는 호텔에 찾아가 대처가 미흡하다고 재차 항의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화가 난 부부는 할인받았던 금액 90여만원을 다시 결제했다고 돌아왔다.
A씨는 "양가 가족 모두 분노했고, 하객들도 매우 불쾌해했다. 8개월간 준비한 결혼식을 망쳤다"며 "내 결혼식이 누군가에겐 웃음거리가 됐고 축하받아야 할 날에 축하가 아닌 위로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호텔 측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A씨는 법적 조치를 취해볼 수 있을 것 같고, 호텔 측은 더 적극적인 사과와 대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결혼식장 계약서에 전기가 끊어지는 등의 문제는 손해배상 약정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찬송가가 나온다는 건 손해배상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계약서에 포함도 안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대신 정신적 손해배상 등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계약서 상엔 안 나와 있다고 할지라도, 결혼식장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예식이라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 문제 같다"며 "결혼식이라는 게 방송 녹화처럼 다시 찍고, 편집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 호텔 측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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