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 관리 부실·쓰레기 찬 빗물받이…폭우 피해 키웠다

구, '옹벽 붕괴' 이상징후 발견했지만 "사유지라 조치 어려워"
빗물받이 쓰레기 가득 차 기능 못하고 물막이판 고장 사례도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사거리 일대에서 배수 및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2022.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박동해 기자 = 8일부터 내린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주택 등 재산 피해를 비롯해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였지만, 그럼에도 수해 예방의 '기본'을 지켰다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동작구청 등에 따르면, 구청은 이번 집중호우로 무너진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뒤편 옹벽에 이상 조짐을 지난 6월 발견했다.

다만 그 후 해당 옹벽은 안전 보강 조치가 되지 않았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옹벽을 점검하고 아파트 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옹벽은 사유지라 관리 책임은 아파트 측에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옹벽은 정부가 매해 안전 점검을 하는 급경사지 관리구역이다. 이에 통보 접수 후 보강에 나서지 않은 아파트 측과, 장마철을 앞뒀음에도 통보 이후 대처엔 의무가 없다며 '적극 행정'에 소홀했던 구청 측 태도 모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시간당 최대 141.5㎜의 '물폭탄'이 쏟아진 8일 밤 해당 옹벽은 무너졌고 주민들은 근처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경기도 안양 동안구에선 방수문을 폐쇄하지 않아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 90여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당시 해당 동엔 비상근무 직원이 2명에 불과해 속출하는 피해 신고에 방수문 폐쇄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사당역에선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물막이판이 작동하지 않은 사례도 발생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비가 오기 전 점검을 했고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8일 당일만 작동하지 않았다. 원인을 파악하고 빠른 시일 내에 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우의 1차 방어선으로 불리는 길가의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가득 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엔 '실시간 강남역 슈퍼맨' 등의 제목으로 빗물받이를 열고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내는 한 남성의 사진이 공유됐다. 이 남성이 빗물받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하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곧바로 배수로로 흘러 내려갔다는 후기까지 등장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도 한 남성과 여성이 빗물받이의 쓰레기를 건져내 동네 침수를 막았다는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5년 빗물받이 쓰레기 등이 침수 피해를 3배 이상 키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빗물받이 개수를 늘리거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다수인 '일반형 빗물받이'보다 예산을 추가 투입해 기능을 끌어올린 '침투형 빗물받이'로 교체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매일 청소를 하더라도 오전과 오후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리 강화도 필요하겠지만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를 빗물받이가 아닌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시민 의식 제고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폭우로 서초구 맨홀에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재발 방지를 위해 맨홀 뚜껑 아래 그물망과 철 구조물 등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후속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피해를 겪은 강남역과 도림천 등에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침수 취약지역인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점진적으로 없애겠다는 초강수 대책도 내놨다.

서울시는 피해 복구에 집중하는 한편 빗물받이나 물막이판 등 생활 속 수해 피해 방지 시설물들에 대한 세부적인 대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