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고픈 마음이 굴뚝"…'중고자재 거래' 황학동도 휘청

폐업식당 자재 되파는 중고 거리…"매출이 아예 안잡힌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중고자재들이 가게 밖 인도에 쌓여있다. ⓒ 뉴스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진 박재하 기자 = "폐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게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버티는 거예요. 솔직히 여기 사람들 다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한 중고자재 가게를 지키던 50대 여성 직원 A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A씨는 "유동인구가 엄청 줄어들면서 아예 판매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며 "폐업하는 사람들이 진작에 다 왔는지 이제는 더 오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폐업한 식당의 주방가전을 보관했다가 새로 문을 여는 음식점에 되파는 중고 주방자재 매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음식점 폐업이 늘면서 창고에 하나둘 쌓인 매물은 올해 인도를 침범할 정도로 늘어났다.

손님들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다. 상인들은 폐업 음식점이 속출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매물을 내놓으러 오는 사람조차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2주간 적용 예정이었던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째 길어지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중고자재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저희는 일주일 동안 하나도 못 팔았다"며 "매출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안 잡힌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들은 내놓으면 팔리지 않고, 고물상에 팔자니 제값을 못받아 어쩌지 못하고 그냥 갖고만 있다"며 "오래 둘수록 더 못파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불판을 주로 취급하는 중고자재 가게를 운영한다는 60대 남성 B씨는 "그래도 설비 쪽은 배달장사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편인데, 우리는 앉아서 먹고 가야 하는 식당을 상대하니 더 타격이 크다"며 "매출이 3분의 2로 줄었다"고 했다. 가게 앞에는 오래 방치돼 녹이 슨 불판들이 높게 쌓여있었다.

또 다른 중고가게 주인인 60대 C씨는 "폐업하는 사람도 없고 식당을 새로 여는 사람도 없으니 매출이 아예 멈춰버렸다"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빠질 사람이 다 빠진데다 옛날처럼 뭔가를 쉽게 시작할 수 없으니 (손님이)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한 중고자재 가게 앞에 대형 설비가 담긴 포장박스들이 쌓여있다. ⓒ 뉴스1 박재하 기자

그럼에도 상인들은 대부분 길가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날씨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시원한 상가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조용한 거리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보고 한숨을 쉬거나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거리두기 4단계 등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과 관련해 상인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장기화는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중고가게 직원 D씨는 "보름 전 100평짜리 식당을 3개나 운영하던 거래처가 손님 줄고 임대료를 감당 못해서 2개를 닫고 내놨다더라"며 "직원들도 많았는데 다 나앉게 생겼다더라. 종교단체나 큰 단체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데 자영업자들만 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식당들 영업금지하고 2명만 모이게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들 중 살아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이러다 다 죽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의 2021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수는 556만4000명이다. 전년 동기(554만8000명) 대비 늘어난 수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 7월(570만1000명), 2019년 7월(567만6000명)에 비하면 10만 이상 급감했다.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