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월요묵상] 나는 자기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서양문명의 바이블은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다. 순간을 산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후회가 없는 삶을 위해, 그 가치를 이야기로 담았다.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가 상징하는 가치는 '명성'(名聲)이다. 명성을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 '클레오스'(kleos)는 '남들이 당신에 관해 듣는 어떤 것'이란 뜻이다.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상징하는 가치는 '귀향'(歸鄕)이다. 귀향이란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노스토스'(nostos)는 개인이 원래 있어야할 본연의 장소로 돌아가는 수고다. 인간은 이 수고를 통해 서서히 자신이 처한 시간과 장소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매순간 변신한다. 인생에서 시험과 역경이란 이 여정을 좌절시키려는 외부의 자극이다.

나에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과 경전은 삶의 등불이 됐다. 경전과 고전에 관련된 책을 지난 30년간 전문적으로 수집해 나름대로 장서를 구축했다. 그러던 중, 2년 전 학교를 그만두면서 문제가 생겼다. 학교 연구실에 있던 책들을 모두 집으로 가져와야 했다. 가져와야 할 책이 이삿짐센터 상자로 250개 분량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서재 한쪽 벽에 7단으로 책장을 마련했다. 현관에서 들어오는 벽 전체도 책장으로 만드는 큰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두 책장으로는 학교에서 가져온 책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 책이 담긴 상자들은 한동안 마당에 방치됐다. 상자 포장을 풀고 책장에 꽂을 책들과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릴 책들을 구분하는 데 1주일이 걸렸다. 아마도 100개 상자 분량의 책들이 제자들과 동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을 것이다. 전공언어와 문명에 관련된 사전들, 문법책들, 그리고 원서들을 새로 마련한 책장에 겨우 정렬했다.

그런 나에게 오늘 아침 읽은 로마황제 아우렐리우스(121-180)는 말한다. "책들을 멀리하라! 책들을 따르지 말고, 그로 인해 다른 길로 들어서지 말라!" 왜 그는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하는가? 심지어는 아우렐리우스가 후대에 남길 의도가 없었던 그의 일기장인 '명상록'을 훔쳐보며, 내가 그가 남긴 단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을 멀리하고 최선의 삶을 경주할 수 있는가?

그는 나에게 책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명상록' II권 2행 초반부에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를 나열한다. "그렇다면 '나는 존재한다'는 이 말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육신, 짧은 호흡, 그리고 주도하는 마음입니다."

'아우렐리우스 흉상', 170년, 무명 조각가 프랑스 툴루즈 생레이몽 미술관.ⓒ 뉴스1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을 '에미미' 즉 '나는 존재한다'로 표현한다. 그는 자신을 1인칭이자 3인칭으로 해석한다. 나는 '나'가 아니라 '나는 존재한다'라는 의식이다.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그 구성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그는 '사르키아'(sarkia) 즉 '육체'를 지닌 존재다. 둘째는 그는 '프뉴마티온'(pneumation) 즉 '(짧은) 호흡'이다. 셋째 그는 이 둘을 지배하는 영혼인 '헤게모니콘'(hegemonikon)이다. 그리고 이 셋을 같은 행에서 이렇게 부연설명한다.

"당신이 지금 죽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육체는 피, 뼈, 신경들의 연락망, 동맥과 정맥입니다. 짧은 호흡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람입니다. 고르지 못하고 항상 들락거립니다. 이제 세 번째가 남았습니다. 바로 '주도하는 마음' 즉 '주도심'(主導心)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리스 철학의 일반적인 인간구성을 개편했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은 육체(사르키아 혹은 소마), 정신(프쉬케), 그리고 영혼(푸뉴마)으로 구성돼 있다고 믿었다. 특히 '영혼'으로 알려진 '푸뉴마'의 원래 의미는 '호흡'으로 생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신적인 기운이다. 고대 히브리인들도 '신의 숨결' 혹은 '호흡'을 히브리어로 '루어흐'(ruah)라고 불렀고 '신약성서'에서는 이 단어를 그리스어로 '프뉴마' 즉 '성령'으로 해석했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리스인들과 히브리인들의 인간구성에서 육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정신과 영혼을 하나로 묶어 '프뉴마티콘' 즉 '짧은 호흡'으로 합쳤다. 그런 후, 인간의 육체와 정신-영혼을 지배하는 새로운 마음을 '헤게모니콘' 즉 '주도심'이란 이름으로 설명한다.

헤게모니콘(ἡγεμονικόν)의 어원적인 의미는 '명령하고 주도하기에 알맞은'이란 뜻으로 아테네 수사학자 이소크라테스의 용어였다. 이 용어는 군사용어이기도 하다. 헤게모니콘은 군대사령관처럼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헤게모니콘은 영혼의 일부로 오감의 지배를 받는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만의 특별한 정신이다.

헤게모니콘은 자신의 몸과 정신 활동을 조정하는 중앙제어장치이다. 만일 이 '주도심'이 없다면, 인간은 육체를 자극하는 쾌락의 부하가 되고, 쾌락이 점점 커져 정신을 지배해, 이기심의 노예가 된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공부해왔던 철학서적과 이론을 뛰어넘어, 자신의 삶의 원칙을 '헤게모니콘' 즉 '주도심'이라고 주장한다.

스토아철학자들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발견하고 그것에 복종한다. 당시 오십대 후반으로 얼마 남지 않는 삶을 돌아보면서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에게 이렇게 덤덤하게 말한다. "너는 늙었다. 더 이상 너 자신을 노예로 전락시키지 말라. 더 이상 이기적인 충동에 이끌려 흔들리지 말라. 더 이상 현재의 운명을 불평하지 말고 미래의 운명을 의심하지 말라."

아우렐리우스는 훌륭한 철학자나 그가 남긴 저서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는지 살피라고 충고한다. 그에겐 자신이 흠모하는 '그 자신'이 있다. 나는 자기-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운명 탓을 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충동에 이끌려 시간을 허비하는가?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행위를 해야 명성이 따르고, 자신이 가야 할 유일한 목적지로 가는 동력이 생긴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