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배민커넥트] ②2시간30분간 6.4㎞ 달려 2만4천원

가방-헬멧에 2만9천원…엉덩이 배겨가며 2시간에도 어려워
자동배차-직선거리 '공공의 적'…다리-육교 넘고 오르막길도

거금 2만9000원짜리 배민커넥트 가방과 헬멧. ⓒ 뉴스1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한 연예인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하는 사업이 잘 되면 방송 일 그만두고 방송국 사장님 따귀를 때리고 나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배민커넥트'로는 어림없는 소리였다.

우연히 유튜브 광고를 봤다. 광고 속 한 여성은 웃는 모습으로 '내가 원할 때 일하고 싶은 만큼만'이라며 자전거를 탔다.

"그래 이거다." 곧바로 신청에 나섰다. 신청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온라인 설문에 신상 정보를 쓰고 △오토바이(만 26세 이상)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 △전동킥보드(최대 정격 출력 590w 이하, 최대 속도 25km/h 이하만 가능) △도보 △자동차(면허증, 가입된 보험증권 필요) 등 운행 수단을 선택했다.

배민라이더스와 다르게 배민 커넥트는 온라인 영상 교육으로 대체돼 코로나19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약 30분간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신청서에 일부 문제에 대한 답을 입력하면 신청서가 완료된다.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자동차 등은 보험 서류 등이 필요해 번거로울 것 같아 '맨몸'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헬멧과 가방이 필요하단 메시지를 받았다. 배지 3종까지 할인된 가격 2만9000원을 주고 선뜻 구매했다.

평소 축구, 테니스 등 뛰는 운동을 주로 했던 기자로서는 자전거, 도보로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일 첫 주행에 나섰다. '산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옛 자전거와 함께 호기롭게 운행에 나섰다.

배민커넥트 헬멧과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는 모습. ⓒ 뉴스1

인공지능(AI) 추천배차 모드를 켜두자 쉴 새 없이 '콜'이 잡혔다. 알지도 못한 채 두 건이 연속으로 잡혔다. '가보자' 싶어서 지도 앱을 켜보니 육교 하나와 다리 하나를 건너야 했다. 남은 시간은 가게까지 15분, 배달까지 다시 10분.

광고로 보던 커넥터의 웃음은 이미 없어졌고 곧바로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거리는 0.7㎞였지만 중간에 다리를 건너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지만 피로감에 지쳐 가족과 삼삼오오 산책길에 나선 시민들 사이로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하며 달렸다.

도착한 가게에서는 반가운 인사보다는 "얼마짜리예요?"라는 질문을 바로 받았다. "○○아파트요"라고 대답하자, 그렇게 말하면 모른다며 메뉴와 가격, 대략적인 위치를 말하란다.

그렇게 받은 보리밥과 매생이 떡국 1만3000원짜리 포장 메뉴를 들고 도착한 곳은 필자의 바로 옆 동.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었지만 문득 온라인 교육이 떠올랐다.

불친절, 성희롱 등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친절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쓸데없는 시비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주문자님의 발만 보고 '맛있게 드세요'를 외치고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신규배차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뼈저린 후회를 했다. '이중배차'로 다음 픽업지가 미리 잡혀 쉴 틈 없이 가게 지도를 봤다. 이게 웬걸. 첫 배달 인근의 가게였다. 다시 다리를 건너 가게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신규배차' 기능도 물론 껐다.

이번엔 다행히도 다리나 육교를 건널 필요 없는 평지였다. 하지만 잘못 초인종을 눌렀다 낭패를 봤다. 고객 요청사항에 '초인종 대신 노크 후 음식 놓아주세요'란 글을 급한 마음에 보지 못했던 것. 직접적인 항의를 받진 않았지만 도망치듯 빌라를 빠져나왔다.

그 이후로 약 2시간30분 동안 총 7건, 6.4㎞를 달렸고 2만4000원을 벌었다. 헬멧과 가방값에 5000원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허기가 졌고, 자신도 모르게 배달의 민족 앱을 켜 1만8000원짜리 피자를 시켰다. 여기에 음료수, 맥주 등을 사니 어느덧 2만4000원을 썼다. 배달이 예상 시간보다 2분 늦었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