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경위 169명 국민속으로…화제의 얼굴이 말하는 미래경찰

경찰대학·경찰간부후보생 오늘 합동임용식
공학도에서 사이버보안관·열공으로 스펙왕된 새내기들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경찰대학생 119명과 경찰간부후보생 50명이 13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합동임용식을 갖고 경위 계급장을 달았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합동임용식에서 경찰대학생과 경찰간부후보생 169명은 모두 '인권경찰'을 다짐하며 국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새내기 초급 간부 중에는 사이버 전문가, 스펙왕, 봉사왕 등 '이색 임용자'들도 눈에 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컴퓨터가 좋았던 남학생…'사이버 보안관' 꿈꿔

김형규 경위ⓒ News1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을 사이버 기술로 돕고 싶어요."

김형규 경위(22)는 원래 컴퓨터공학과에 가고 싶었다. '사이버 전문가'를 꿈꾸던 김 경위에게 새 진로가 나타났다. 경찰대학에 진학해도 사이버수사관으로 일하거나 인터폴에 가서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경찰은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직업이다. '정의로운 사이버 전문경찰'을 다짐하며 경찰대학에 입학했다.

사이버분야를 향한 김 경위의 관심은 경찰대학 입학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201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관하는 Imangine Cup(이메진컵) 한국 최종본선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차세대 정보보안리더'로 선발됐다. 2017년에는 디지털포렌식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반 대학과 달리 규율화된 경찰대학의 특성상 개인적으로 학회·세미나에 참가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김 경위는 "세미나 발표와 학교 행사가 겹칠 때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였다"라며 "어떤 경우에는 세미나를 포기하고 학교와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학교와 한번씩 번갈아가며 양보하는 식으로 활동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문성을 지켜 온 김 경위는 일선 경찰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상을 몇 개 마친 상태다. 김 경위는 "무료로 악성코드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며 "이미 악성코드분석시스템이 경찰에 있지만 이 시스템은 특정악성코드만을 잡아내는 시스템인데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의 '노동집약적'인 수사를 간편하게 만들고 싶다는 구상도 있었다. 김 경위는 "CCTV를 딸 때 몇백 대를 한 팀이 다 따야 하는데 이걸 자동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며 "일선 사이버수사관들이 일반적으로 다루는 사건 수가 한 사람 당 세 자리수가 넘어 인력이 매우 모자란데 증거분석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논문 읽다 보니 경찰대 '스펙왕'…"여성분야 더 공부할 것"

오윤지 경위ⓒ News1

오윤지 경위(24)는 경찰대 '스펙왕'이다. 일반 대학생들이 각종 공모전에 나가듯 오 경위도 빠듯한 경찰대학생활 시간을 쪼개 아이디어와 논문 등을 출품했다.

방면도 다양하다. 2016년에는 경찰대학 치안학술대회와 범죄예방환경설계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수상했고 2017년에는 국가정보원 안보형사법 논문대회에서 상을 탔다.

오 경위는 "학교생활이 바쁘게 흘러가다 보니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기초적 지식이었다면, 공모전에 출품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과를 만드는 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차근차근 스펙을 쌓은 배경을 설명했다.

치안학술대회에서는 개인 인터넷방송이 사실상 음란콘텐츠 무법지대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규제와 경찰의 역할을 강조하는 논문을 썼다. CPTED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에 착안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공용화장실에서 일어났듯 공용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등의 범죄가 빈번한 현실을 예방치안으로 극복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바쁜 학과 일정에도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오 경위는 "아침에 점호를 하고 오후 6시에 수업이 끝나면 개인시간이 시작되는데 이 시간을 활욯해서 도서관을 가고 논문을 찾아 읽었다"라고 답했다. "다른 학생들이 쉴 때 맘편히 쉬지는 못했지만 논문을 쓰다 보면 자기발전도 되고 보람도 있었다"라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렇듯 학구열이 넘치는 오 경위의 다음 행보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다. 오 경위는 "여성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으로 진로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대학원 진학 후 경찰 생활을 시작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꿈을 위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학에 관심이 많은 만큼 최근 '미투'(#MeToo) 운동에 대한 생각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 경위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하던 게 현실이고 실제로 통계상으로도 피해자가 신고해서 사건화되는 경우가 적다"라며 "'미투' 운동을 둘러싸고 논란도 있고 좋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사회가 변화하는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여경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봉사활동 600시간…"경찰은 봉사하는 직종"

ⓒ News1

"10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심동영 경위(23)는 '봉사활동 600시간'으로 이색 임용자에 뽑혔다. 600시간 봉사활동의 절반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탈북자, 한부모가정 등 지역 소외계층의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며 채웠다.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학습지도 및 멘토링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예비경찰로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점이 남다를 것 같았다. 심 경위는 "정보격차가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라며 "다 갖춰진 아이들은 정보를 누군가 떠먹여 주는데 이 친구들은 헤매고 있는 걸 보면 10년 전 내가 했던 걸 그대로 하고 있어 안타깝고 그래서 더 친동생 같다"라고 말했다.

심 경위가 봉사활동을 했던 곳은 경기 하남시의 한 청소년배움터다. 경찰대학이 충남 아산으로 캠퍼스를 옮기면서 거리가 멀어졌지만 방학을 활용해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만난 인연이 특별하고 소중하다. 심 경위는 "아직도 그 친구들과 연락하고 이따금씩 얼굴을 본다"라고 말했다.

심 경위는 "인식이 다르겠지만 결국 경찰은 봉사직"이라며 "여기서 봉사활동을 했던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이어가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협동적인 활동이나 남을 돕고 같이 나가는 경험을 할 기회가 적은데 경찰대에서는 함께 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라며 "앞으로도 그걸 잊지 않고 '가장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몸은 약했지만 꿈은 씩씩…복싱왕 '무도 우수자'

마선미 경위ⓒ News1

"저는 체구는 작지만 패기와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경찰간부후보생 마선미 경위(24)는 어려서 몸이 약했다. 이런 마 경위를 걱정한 부모는 태권도를 배우게 했다. 태권도를 배우며 운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마 경위는 복싱과 유도까지 섭렵했다. 그렇게 시작한 복싱 실력이 점점 늘어 2012년과 2014년에는 KBI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몸은 약했지만 꿈은 강했다. 마 경위의 꿈은 중학교 때 이후로 줄곧 경찰이었다. 마 경위는 "중학교 때 앞으로 경찰 선발 시 키 제한이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운동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경찰을 준비했다"라며 씩씩하면서도 수줍게 설명했다.

경찰대학은 아쉽게 낙방했지만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해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했다. 마 경위는 "선배 청년경찰들의 모습에 반해 시험을 보게 됐다"라며 밝게 웃었다.

마 경위는 현재 손목 부상을 당해 복싱은 잠시 쉬고 있는 상태다. 어느 분야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하고 싶냐는 물음에 마 경위는 주저 없이 "경찰의 꽃은 '형사과'라고 하지 않느냐"라며 "어려서부터 꿈꿔온 경찰에 대한 동경이 형사 일에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찰간부후보생 일반경과 40명 중 여성은 5명에 그친다. '미투' 운동과 맞물려 여성이라는 성별을 인식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질문에 마 경위는 "저는 여성이지만 같은 '경찰'로서 정체성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어떻게 하면 능력을 잘 발휘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