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 끝, 최고의 세대될 것"…99년생 불운의 고리 끊고 희망 품다
[수능] "우리 세대만 힘들었겠느냐" 성숙한 모습
"깨끗하고 살기좋은 사회 됐으면 좋겠다"
- 한재준 기자, 김다혜 기자, 이원준 기자, 전민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김다혜 이원준 전민 기자 = "우리만 힘든 세대겠어요? 액땜했다고 생각해요."
역사상 첫 수능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가 마무리됐다. 예상치도 못한 포항지진의 영향을 받아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그러나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1999년생 고3 학생들은 '비운의 세대'로 불린다. 학창시절 중요한 시기마다 천재지변이나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99년생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는 신종플루가 확산됐고 중학교 3학년 때 세월호참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가 전면 중단됐다.
◇고비마다 신종플루 →세월호참사→ 포항지진→수능연기 겪으며 '비운의 세대'로 불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창시절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3, 수능을 앞두고는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시험이 임박한 지난 15일 수능 약 12시간 전 유례 없는 '수능 연기'가 발표됐다.
다사다난한 학창시절을 보낸 탓에 '비운'이란 단어에 공감할 만도 했지만 99년생 고3 학생들은 당당했고 낙천적이었다.
23일 오후 4시50분쯤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르고 나온 송민근군(18·경복고 3학년)과 김민건군(18.경복고 3학년)은 '비운의 세대'라는 말에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쳤다.
두 학생은 "액땜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우리 세대가 제일 크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사서 고생은 다 했으니 이제 좋은 일만 남아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20세기와 21세기 그리고 22세기까지 살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만난 정창수군(18)도 "99년. 20세기 마지막에 태어난 세대라 오히려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며 "수능이 미뤄진건 액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하영양(18·여·관악고 3학년)은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것도 다 추억일 것 같다"며 "수능 연기가 처음엔 몰래 카메라 같았지만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비운의 세대가 99년생만 있겠냐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규백군(18)은 "우리만큼 다른 세대들도 모두 힘든 시기를 거쳐왔다"며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텐데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화여자외고에서 만난 임다영양(18·여)은 "비운이라고 할 게 없다. 모든 세대가 다 똑같지 않냐"며 "수학여행이 취소되고 수능이 미뤄졌다고 하지만 우리만 피해 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학창시절 유독 큰 사건을 많이 겪은 탓인지 99년생 학생들이 사회에 바라는 것 또한 어른스러웠다. 학생들은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소망보다는 우리 사회의 소망을 얘기했다.
민소정양(18·여·영신고 3학년)은 "우리 사회가 깨끗하고 살기 좋은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학벌로 학생들이 평가받는 구조 또한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조희양(18·여)은 "사회에 바라는 것은 제도를 일관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지진으로 수능을 연기한 것은 잘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신속한 대처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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