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우리가 주인공"…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과 유망주들

[인터뷰]북부 퓨처스리그 6連覇 '경찰청 야구단'
KBO 유망주들의 성장발판… "내년 목표도 우승"

유승안 경찰청야구단 감독이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경찰청야구단 감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고양=뉴스1) 차윤주 기자 = 경찰청야구단이 올해도 일을 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북부리그 6연패(連覇)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벽제야구장에서 6연패 역사의 주인공 유승안 감독(60), 내년 리그를 이끌 9기 선수들을 만났다.

◇"야구는 멘탈" 강조하는 유승안 감독

유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해서 우승한 것"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건장한 체구에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거침없는 말투의 유 감독은 전형적인 '호랑이 감독'이다. '야구는 멘탈'이라는 소신대로 엄하고 강하게 선수들을 다룬다.

2008년 경찰청야구단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만해도 리그 꼴찌였지만 이제는 6연패 역사를 쓴 북부리그 최강팀이 됐다.

팀의 우승 보다 제대 후 1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선수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우승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한다.

유 감독은 "상대한테 진다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지는 게 야구"라며 "프로 활동을 하다 군대까지 오는 선수들의 기술적인 수준은 엇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멘탈, 심장을 강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지션에 따라 선수들의 동물적인 감각과 느낌, 야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행동에 옮기는 선수들이 나중에 크게 된다"고 했다.

유승안 경찰청야구단 감독이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경찰청야구단 감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1.5군'에서 정상급 1군 선수로 키운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야구단은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 2군리그 활성화를 위해 2005년 창단했다. 현재 경찰수련원이 있는 경기 고양시의 고양 벽제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경찰은 야구장과 숙소를, 이외 야구단 운영비는 KBO가 지원한다.

1군에서 날아다니는 선수들은 통상 국가대표에 선발돼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는다. 따라서 경찰청·상무야구단은 최고의 선수 보다 유망한 선수들, '1.5군'에서 뛰는 선수들의 성장 발판이 된다.

이렇게 키운 안치홍(KIA) 전준우(롯데) 홍상삼(두산) 등 지난 3일 전역한 8기 선수들은 1군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입대 전 프로무대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양의지·장원준(두산) 선수 등도 제대 후 정상급 선수가 됐다.

입대는 KBO 프로팀 구단과 협의해 소속된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무가 있어 더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현재 10기 선수들 선발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 감독은 "이번에도 좋은 선수들이 올 것이다. 제대 후 프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아서 기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인복·박찬도(왼쪽) 경찰청야구단 선수가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경찰청야구단 락커룸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내년 리그도 우승"…박찬도·이언복 선수

의무경찰로 입대한 선수들은 일반경찰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 이날은 올해 퓨처스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선수들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외야수로 팀 주장을 맡고 있는 박찬도 선수는 "군인신분이라 제한이 많고 환경도 프로구단 보다 열악하지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타율상(0.376)에 오른 박 선수는 "선배들이 틀을 잘 잡아줘서 저희가 잘 따랐다. 내년에도 우승을 목표로 차근차근 해왔던 대로 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또한 "감독님 첫인상은 무서운데 같이 지내다 보면 진짜 남자시다. 진지하고 진중하게,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로 야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투수 유망주 이인복 선수는 "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 의경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더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올해 큰 부상없이 1년을 쭉 뛸 수 잇어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강해진 것 같다"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부상없이 뛰어 우승컵을 안고 싶다"고 했다.

◇상무에 비해 환경 열악하지만…

올해 4월5일 막을 올린 퓨처스리그는 12개 팀이 북부(경찰·고양·LG·SK·두산·화성), 남부(상무·케이티·롯데·KIA·한화·삼성)로 나뉘어 팀당 96경기, 총 576 경기를 치렀다.

북부리그는 경찰청야구단이 59승8무29패(승률 0.670)로, 남부리그는 상무가 60승9무27패(승률 0.690)로 1위에 올랐다. 경찰은 6년 연속, 5연패한 상무 보다 한차례 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무와 비교해 구장, 숙소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일군 결과다.

유 감독은 "우린 숙소도 오래됐고 야구장도 볼 품 없지만 올해 좀 해소될 것 같다. 야구장을 전체적으로 손보기 위해 KBO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유 감독은 몇년전부터 사회문제가 된 선수들의 승부조작, 도박 등 논란에 대해선 "모 구단이 선수연봉을 크게 삭감한 뒤 스멀스멀 시작됐다"며 "KBO가 정한 최저연봉이 현재 2700만원인데 35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특히 중간계층 선수들의 박탈감이 크다"며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야구가 할 일이 많은데 이런 문제제기와 공론화가 계속 필요하다. 나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 사인볼. 2016.9.8/뉴스1

cha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