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요우커②] "택시기사 믿었는데 동대문->명동 빙글빙글돌아 3만원 나와"
관광지 '쓰레기통' 부족 호소…"하루종일 쓰레기 들고 다녀"
관광 한국시대…음식·길찾기 등 밀착형 서비스 강조하는 요우커
쇼핑 위해 한국 찾지만…"'서비스'보다 '내용' 채워야" 지적도
- 성도현 기자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중국 절강성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다이징야(28·여)씨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을 맞아 지난 1일 남자친구 루어처(29)씨와 3박4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온 이 커플은 여행 첫날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들은 동대문에서 쇼핑 후 명동의 숙소로 가기 위해 밤 11시30분쯤 택시를 탔다. 이들이 중국인임을 안 택시기사는 택시비 5000원,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들은 20분이나 더 걸려 숙소에 도착했고 요금은 3만원이 나왔다. 늦은 밤 초행길이라 택시기사를 믿었지만 오히려 택시비 바가지를 썼다.
지난 5일 <뉴스1>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遊客)들은 너도나도 한국 택시기사들의 비양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첫 한국 방문인 천루루(28·여)씨는 지난 1일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자신을 붙잡는 택시기사에 이끌려 잠실까지 8만5000원을 주고 갔다.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켜지 않았고 천씨는 미터기 요금보다 2만원이 넘는 윗돈을 줬다.
왕린밍(35)씨는 지난 3일 오전 2시쯤 홍대입구역에서 승차거부하는 택시기사들 때문에 1시간을 길거리에서 헤맸다. 서울역까지 가고자 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고 일부 비양심적인 기사들은 높은 택시비를 요구했다.
한국 방문 3번째인 왕씨는 이번 일로 크게 실망했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택시 이용시 주의점을 꼭 일러줄 생각이다.
이처럼 일부 비양심적인 택시기사들의 행태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 추락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우커들이 말하는 관광 한국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천샤오예(29·여)씨는 지난 1일부터 4박5일간 서울 남산과 인사동, 남대문 등을 돌아다녔지만 관광지마다 쓰레기통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불편했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릴 수 없어 하루종일 비닐봉지에 담아 돌아다닌 적도 많았다.
링샤오(45·여)씨도 마찬가지다. 링씨는 쓰레기통 안내 표지판이 없어 길가에 모아져 있는 쓰레기 더미에 자신의 쓰레기를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중국인들이 일부러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으며 이런 속사정을 털어놨다.
링씨는 "아무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게 아니고 일부 공간에 버린 것"이라며 "여행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만큼 쓰레기통도 곳곳에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한국 음식이 좋아 여행 온 틴모(57)씨는 한국 음식점을 이용할 때마다 아쉽다. 처음 맛보는 한국 음식을 선택할 때 메뉴판에 설명과 함께 음식 사진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틴씨는 "중국에서는 찬 물을 거의 안 먹고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먹는다"며 "중국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서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싱(64·여)씨는 한국 거리에 중국인을 배려한 표지판이 드물다는 점을 큰 불편함으로 꼽았다. 영어와 한국어 표지판은 많지만 자신 같은 노인들은 중국어밖에 모른다는 점을 하소연한다.
리씨는 "여행 안내소에서 주는 지도만으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기 힘들었다"며 "여행지에 맞는 지도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중국인 안내원도 여기저기 많이 배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 가이드 정모(27)씨는 이같은 지적과는 별개로 '콘텐츠 부재'를 요우커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요우커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을 찾게 하려면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채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 인천공항에서 만나본 요우커들 대부분은 한국을 쇼핑 목적으로 찾았다. 한국의 아름다움이나 특정 관광지를 언급하는 요우커는 극소수였다. 여행 목적으로 왔지만 볼거리가 없어 쇼핑으로 시간을 때운 관광객도 꽤 있었다.
정씨는 "같은 쇼핑을 해도 홍콩은 독특한 분위기나 자유로움, 야경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특징이 없다"며 "드라마나 영화 등도 한 때 인기가 끝나면 한류도 사그라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화장품이 중국에서 관세가 높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 것"이라며 "중국에서 외화 유출을 우려해 관세 정책을 바꾸면 쇼핑 열풍도 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요우커들 대부분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연신 "완메이(完美·완벽해요)"를 외쳤다.
하지만 실제 짧은 여행기간 동안 불편했던 점과 여행 중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우리나라가 한류를 통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양 손에는 물건들이 가득찬 면세점 봉투를 들고 캐리어에는 한국에서 산 싼 화장품과 옷을 넣어 떠나는 요우커들의 뒷모습에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아쉬움과 바람도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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