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친구 명찰달고 걷고 또 걸었다, 희망을 향해'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 43명 단원고~국회 도보 행진
- 박현우 기자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선생님 우산 펴도 돼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세월호 그림이 그려진 하얀 코팅지를 목에 건 단원고 여학생이 16일 도보 행진 중 물었다. 오후 2시20분, 태양볕이 가장 뜨거운 시각이었다.
"그럼"하는 선생님의 답에 여학생은 노란 우산을 펼쳤다. 우산에는 "사랑해"라는, 매직으로 손수 쓴 문구와 친구들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은 "노란 꽃이 피었구나" 말하며 여학생과 함께 싱긋 웃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 43명이 40㎞를 걸어 16일 오후 3시2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도착했다.
전날 오후 5시20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출발한지 22시간 만이다.
16일 오후 2시쯤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밝은 모습이었다. 학생들을 인솔해온 한 교사는 "친구 부모님들에게 힘을 주려고 걷고 있는데 (생존 학생) 스스로가 먼저 큰 힘을 얻고 있다"며 "대부분 웃는 얼굴로 행진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저게 국회야? KBS 아냐?" 오후 2시40분쯤 여의도로 들어선 학생들은 그 나이 또래의 천진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 마크가 건물 꼭대기에 붙어있는 한 빌딩을 보며 "와 진짜 높다. 저게 교육청 인가?"라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장난을 치다가도 시민들의 격려와 눈물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날부터 이어진 강행군 때문에 힘들 법도 하지만, 학생들은 한 명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국회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다리가 아프면 중간중간 멈춰서서 다리에 파스를 뿌렸고 친구가 절뚝이면 양 옆에서 부축해 함께 걸었다. 인솔 여선생님이 힘들어 하는 학생에게 "괜찮냐"며 내민 손을 여학생은 웃는 얼굴로 손을 꽉 쥐며 "네" 대답하며 함께 걷기도 했다.
한 인솔 교사는 "학생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국회까지 모두 함께 걸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시40분쯤 여의도공원에 도착해 잠깐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학생과 학부모 총 60여명 외에 중간중간에서 합류한 시민들로 이 곳에 도착했을 땐 생존 학생들과 동행하는 시민이 500여명 정도로 불어났다.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시민 이기현(49·여)씨는 "특별법이 꼭 제정돼서 안전한 나라에서, 후손들도 안전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특별법의 핵심이 유족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진상규명 하자는 건데 언론 등에서 이런 부분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은비(20)씨는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학생들 옷과 가방에 (친구들)명찰이 여러개 달려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그걸 보고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행진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이날 단원고 학생들 중 일부는 숨진 학생들 것으로 보이는 명찰을 6~8개 정도 가방에 달고 행진을 했다. 친구들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20여분간 휴식 뒤 학생과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세월호 가족'과 시민 100여명이 학생들을 맞았다.
국회 앞에서 이들을 만난 유족은 "더운데 고생했다"며 학생들을 쓰다듬었다. 일부 학생들은 숨진 친구들 부모님 격려에 울먹였고 유족들도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단원고 학생들이 행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예의를 갖추기 위해 검은옷을 입고 국회 앞을 찾았다던 미국인 리차드(25)씨는 "정부가 세월호에 관한 정보라든지 이런 부분을 좀 더 공개해야 한다"며 "유족과 시민들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단원고 학생이 돌아간 뒤 이들을 맞이하러 나왔다 오후 3시40분쯤 국회 본청 앞으로 돌아가려는 일부 유족을 "유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집회를 열 위험이 있다"는 국회 사무처 요청 등으로 경찰이 막아서면서 유족이 국회 정문 앞에 드러눕는 등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1시간여 뒤 국회 본청 앞으로 향한 유족은 국회 본청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한 차례 더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은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4·16특별법)'을 마련해 입법청원한 뒤 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12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뿐 아니라 기소권도 부여할 것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있어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추천하는 비율을 대등하게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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