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루머 적은 '안녕들' 대자보, 찢는 것도 의사표현"

[일베인이 말하는 일베·下] '안녕들' 대자보 찢은 일베 회원 최모씨
"철도민영화, 朴대통령 안 한다 했다…밥그릇 챙기기 파업"
"대자보 붙이는 게 의견이라면 떼는 것도 의견"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안녕들하십니까' 관련 대자보를 찢거나 불태운 결과를 '인증'한 사진이 수 차례 올라왔다. © News1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회원 최모씨(20)는 지난 16일 오후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 내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훼손했다. 그의 손에 가차 없이 찢겨나간 대자보는 일베 게시판에 '인증'됐다. 다른 일베 회원들은 "자랑스럽다", "패기 넘친다", "행동에는 추천" 등의 반응을 보이며 좋아했다.

당시 대자보에는 "코레일 직원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내자 7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부당한 직위해제를 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조용하다.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로 국민이 분노하고 종교인이 규탄해도" 등 정부 비판적인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최씨뿐만이 아니다. 일베에는 '안녕들하십니까' 열풍과 함께 '대확찢'이라는 제목의 인증 사진과 영상이 수차례 올라왔다. '대자보를 확 찢어버렸다'는 의미를 담은 해당 게시물들에는 찢겨 나가거나 불태워진 대자보 사진들이 포함됐다.

이들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훼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일베 회원들은 이같은 행동을 저지르고 이를 인증하는 걸까. 뉴스1은 앞서 언급한 최씨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자보를 훼손한 뒤 인증한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였다.

◇ "'부당한 직위해제'?…철도노조 파업, 밥그릇 챙기기 때문 아니냐"

최씨는 "대자보를 거의 중간까지 읽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자보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철도 민영화, 노조 파업을 다루고 있더라"면서 해당 대자보 내용이 '루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학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등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일을 일방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그렸다는 것이다.

'철도민영화 반대' 등을 외치며 파업중인 철도노조를 향해 사측은 '직위해제'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자신이 찢은 대자보에 '부당한 직위해제'라 적힌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붙인 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임금 인상을 두고 벌어진 파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벌어진 파업에 맞선 직위해제를 과연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느냐"고 역설했다.

고려대학교 2008학번 주현우씨가 작성해 지난 10일 부착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철도노도 파업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언급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부탁한 이 대자보는 이후 대학가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News1

◇ "'철도 민영화'? 거짓말…국정원 선거 개입? 아직 루머일 뿐"

대화의 주제는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철도 민영화' 문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와 관련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심하게 싸우고 있으니 이 문제는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 없는 만큼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루머'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 "반박 대자보? 대자보 찢기도 의사 표현"

최씨는 캠퍼스에서 대자보를 발견했을 당시 함께 있던 친구들이 모두 일베 회원들이었다고 밝혔다. 최씨와 친구들은 대자보를 보는 순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찢어야겠다' 생각했다. 누군가가 총대를 멘다는 생각도 하기 전에 최씨가 먼저 나서서 대자보를 찢었고 이를 일베에 인증했다.

대자보 훼손이 아닌 반박 대자보를 써 붙이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최씨는 "우발적이었다. '빨리 반박 대자보를 붙이자'는 생각보다는 '서둘러 뜯자'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다"고 털어놨다. 즉흥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씨는 "어차피 (해당 대자보는) 허가된 게시물도 아니었다. 그걸 붙이는 게 의견이라면 그걸 떼는 것도 의견이다. 이것 또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소속 단체에 비난이 쏟아진 결과에 대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자보를 찢은 자신의 행위에는 잘못이 없고, 다만 대학교 재학 중인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에서 경솔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17일 오후 서울역사 내에서 대학 휴학생 정성문씨가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세워놓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 "대자보 훼손 인증한 이유, 재밌으니까"

대자보 훼손을 굳이 일베에 인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최씨의 답변은 이랬다.

"간단히 말해서, 재밌으니까."

'재미'와 더불어 최씨는 '참여 유도'를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재미 코드도 있고, 그렇게 하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대자보 찢기)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베 게시판을 둘러보면 일베 회원 상당수가 일상적으로 '인증'은 즐겼다. 인증 대상은 하루 식사 등 간단한 일상생활부터 여행지 풍경 등 가지각색이다.

정치·사회 이슈는 일베 회원들이 자주 인증하는 주제다. 이러한 인증 게시물을 올린 회원들은 일베 내부에서 '행게이'(행동하는 회원-일베에서는 게시판 이용자를 '게이'라고 지칭한다)라 불린다.

'안녕들하십니까' 대확찢 인증 릴레이 또한 이같은 일베의 인증 문화와 관련이 있다. 실제 일베에 올라오는 대자보 훼손 인증 게시물 다수에는 '대자보 찢었다' 등의 문장과 함께 '행게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포함돼 있었다.

◇ "나를 향한 인신공격 악플 작성자들, 창피한 줄 알았으면"

최씨는 대자보 찢기 인증 이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을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비판은 아무리 심한 표현이 섞여 있더라도 괜찮다'는 게 최씨의 얘기다. 그는 이어 "부모님 언급이나 외모 비하 등 단순한 인신공격도 대단히 많았지만 워낙 욕에 무뎌져서 그것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씨는 인신공격성 비난 글을 작성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과연 그런 사람들이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법을 어기면서 명예 훼손을 한 것이며 스스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모두 똑같이 창피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나도 저렴하고 당신도 저렴하다. 나는 저렴하다는 걸 인정하는데 당신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monio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