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잿빛 도시…"숨쉬기 힘들다"

마스크에 목도리 중무장 "목 칼칼…공기 매캐"
병원에선 호흡기 환자병동 창문 밀폐하며 대응
환경부 "오후부터 미세먼지 농도 낮아질 것"

(자료사진).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박응진 서미선 성도현 기자 = 전날 서울에 미세먼지 예비 주의보가 처음 발령된 가운데 5일 오전에도 탁한 공기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를 뒤덮고 있다.

출근길 시민들은 중국발 오염물질과 국내 오염물질이 만나 탁한 잿빝으로 변해버린 도시 속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김여순씨(61·여)는 검은색 스카프로 입가를 가린 채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회사까지 걷는 이 '잠깐'에도 숨쉬기가 답답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기침을 멈추지 못하던 박영희씨(62)도 역시 "감기 기운이 있는데 요새 날이 건조하고 공기도 안 좋아 도통 낫질 않는다"며 "약을 먹고 있는데도 감기가 달아날 기색이 없다"고 말했다.

흰색 방진마스크로 얼굴 반 이상을 가린 하진씨(46)는 "지하철에서 내려 5분 정도 걷는 길에 미세먼지가 걱정돼 방진마스크를 착용했다"며 "공기가 매캐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새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던데 먼지 때문인 것 같다"며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를 둔 회사원 김경임씨(41·여)는 "오늘 날씨가 춥지도 않은데 등굣길 아이에게 마스크에 목도리까지 착용하게 했다"며 "아이가 답답하겠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 안심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어제 저녁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칼칼하다"며 "오늘 오전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씨와 같이 미세먼지 영향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주로 호흡기환자들이 입원 중인 병동의 창문을 가급적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순천향대학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의 한 간호사는 "환자들이 입원 중인 병실의 창문은 가능한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외출을 제한하고 외출이 필요할 경우에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일부 약국에서의 황사마스크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강남의 한 약국 약사 김모씨(58·여)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황사마스크 판매량이 약 2배 뛰었다"며 "지인에게 단체로 나눠준다며 100개를 한 번에 사간 손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사마사크는 일반 마스크에 비해 식악청에서 허가를 받아 의약외품으로 만들어져 먼지 입자를 더욱 촘촘하게 걸러준다"며 "일반마스크와 황사마사크를 육안으로 구분하긴 어려워 포장지에 식약처가 허가한 제품이라는 인증마크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오전 1시 139㎍/㎥에서 오전 7시 113㎍/㎥으로 떨어졌다.

이는 예보 등급상 '나쁨(120~200㎍/㎥) 수준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오전까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고 내다봤다. 오후부터는 농도가 점차 낮아져 보통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