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단 '정권퇴진' 미사...명동성당에 후폭풍(종합2보)

폭발물 설치 협박전화에 보수단체 규탄 집회로 '시끌'
염수정 대주교 "사제 정치참여 금지" 정사단 강력 비판
일부 개신교도 정권퇴진 시국기도회 준비…논란 확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오미사를 집전하고 있다.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지부는 전북 군산시 수동동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3.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류보람 서미선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정사단)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개최한 뒤 첫 일요일인 24일 한국 카톨릭의 본산인 서울 명동성당은 이를 둘러싼 사회적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오전부터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경찰과 군인들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는가 하면 성당 입구에는 보수단체들이 몰려들어 정사단의 해산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로 시끄러웠다.

폭탄물 설치 협박에도 강행된 이날 정오미사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신도들에게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사단의 시국선언과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개신교 일각에서도 정권퇴진 금식기도회 등 시국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놓고 종교계를 포함한 사회적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염수정 대주교 정오미사 강론 "교만과 독선이 문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2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오미사에서 정사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개최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염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적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강론했다

그는 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에서도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이는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강조했다.

염수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날 세상에서 위기는 미사 참례율과 성사율, 교회에 대한 존경심이나 존중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 자체, 즉 하느님 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지적한다"며 "마치 나 자신이 하느님처럼 행동하고 판단하려는 교만과 독선이 문제다. 이는 바로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이같은 강론에 대해 천주교 한 관계자는 "염 대주교의 강론은 지난 22일 정사단 일부 신부들의 시국미사에 대해 단호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들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한 염 대주교는 그러나 평신도들의 정치 참여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염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신도의 대화를 소개하며 "교황은 '위태로운 이탈리아와 전 세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젊은이의 질문에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즉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현대사회에서는 정치 참여도 중요한 사랑의 봉사가 될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일조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접수돼 경찰이 폭발물탐지견을 데리고 성당을 수색하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찰 민원접수 번호인 '서울182센터'에 전화를 걸어

◇명동성당 폭발물 전화 협박…"수색결과 허위로"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긴급 출동해 수색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1분께 충남 아산에서 유모씨(69)가 경찰 민원접수 번호인 '서울182센터'에 전화를 걸어 "진해 특수폭발물 파괴 해군 예비역들인데 지금 명동성당에 3㎏ 다이너마이트 2개를 설치했다"고 협박했다.

경찰과 군 당국은 명동성당에 군폭발물 처리반 20명과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 10명 등 60여 명의 경찰과 군인, 폭발물 탐지견 등을 긴급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여 폭발물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낮 12시40분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2시40분께 협박 전화를 건 후 충남 아산역 주변을 배해하던 유씨를 검거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가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보수단체 "정의구현사제단은 또다른 'RO'"

이날 낮 명동성당 입구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해산을 촉구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은 기자회견에서 "종교단체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천주교 안에 있는 종북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 "사제단 강론은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민중혁명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이들은 사제가 아닌 적화통일을 넘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RO조직"이라며 사제단의 해산을 촉구했다.

22일 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과 신자들이 전북 군산시 수송동 롯데마트 앞에서 '대통령 사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각 2013.11.22/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천주교 이어 개신교도 '정권퇴진" 시국기도회

천주교 정사단에 이어 개신교 일각에서도 정권퇴진 금식기도회 등 시국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 성직자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다음달 16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열흘 간 서울광장에서 정권퇴진 금식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개신교 신도 단체인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역시 12월 첫째주 시국기도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목사, 신자가 모두 소속된 '예수살기' 모임 역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정의평화기독인연대와 함께 오는 25일 긴급회의를 갖고 공동 행동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목사)은 라디오에 출연해 "1980년대였다면 지금 같은 사안은 정치적 심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끝났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일정 정도 기반을 다졌다는 착각에 빠져있어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목회자들 모두는 그동안 싸우며 이뤄온 민주주의의 토대들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봐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품고 있다"며 "특검 진상조사 촉구가 아니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