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앗아간 화마보다 무서운 '입국제한'"
'지구촌사랑나눔' 불탄 무료급식소 2주후 정상화
재한 중국동포들 "자유왕래, 자유취업 절실하다"
- 조병휘 수습기자
(서울=뉴스1) 조병휘 수습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 중국동포 포용을 위한 대축제'.
공연을 비라보던 중국동포 최순옥씨(52)는 "서울에서 동포들을 위한 축제가 열리는 날도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 화재로 무료급식소가 모두 타버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지구촌사랑나눔 가리봉동사업장에 위치한 쉼터에서 2년째 거주하고 있다.
3년째 한국에 체류 중인 그는 고향 연길 훈춘에 있는 하나 뿐인 딸과 손자를 보고 싶다며 한 손에 든 가족사진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또 다른 손에는 '자유왕래 허용'이라고 적힌 푯말이 들려 있었다.
지난 8일 화재로 무료급식소가 전소되면서 쉼터에 물이 끊기고 2층 병원까지 진료가 중단되는 등 쉼터 거주민들은 생활터전의 큰 부분을 잃었다.
100여 명이나 됐던 거주민 중 절반은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고 현재 나머지 40여 명만 옆 건물 임시거처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견디기 힘들어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최씨가 가을 추위가 엄습한 서울광장에 나온 이유는 따로 있다.
최씨는 여행비자를 발급받아 2011년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맨 처음 김해에 위치한 김 양식장에 취업했지만 악덕 고용주가 불법체류 신분을 악용해 4개월치가 넘는 임금을 체불했다.
그는 "신분문제로 피해를 보는 것이 너무 심각했다"며 "현재는 취업비자(H-2)를 발급받고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비자를 받아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최씨의 경우에도 국내에서의 신분은 여전히 불안하다.
최씨는 "취업비자가 있어도 3년 이내에 다시 중국에 갔다와야 하는 등 까다로운 법적 제한 때문에 안정적인 생활이 어렵다"면서 동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포용자세를 요구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인 김해성 목사는 "중국인·고려인 동포는 우리와 같은 한민족인데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재외동포법의 전면 적용과 불법체류자 전원 사면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급식소 2주후 정상화…"병원진료 재개 시급"
화마에 그을린 무료급식소와 쉼터는 그나마 사회 곳곳에서 답지한 온정의 손길로 다행히 곧 안정을 되찾는다.
지구촌사랑나눔은 29일부터 시작되는 복구공사가 끝나는 2주 뒤부터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을 앞두고 늘어날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아직 필요한 것들이 더 많다.
무료급식소와 쉼터를 운영하는 민선희 목사는 "화재 이후 노숙자들이 찾아와 언제 문을 다시 여는지 절박하게 묻곤 한다"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병원의 진료 재개"라고 말했다.
최씨는 "화재 이후 쉼터 거주민의 삶이 많이 힘들어졌지만 동포들을 위해주는 목사님들과 후원해 주시는 단체들이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쉼터 거주민 김세웅씨(66)는 "이렇게 동포를 위한 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라고 말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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