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출처는?

소설가 한수산 작 '유민' 속 글귀…학생들 상상력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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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치러진 '2013학년도 6월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응시자 본인을 확인하는 필적 확인용 문장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문장의 출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필적 확인용 문장은 대리시험 의혹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이 답안지를 대신 작성했는지 등 여부를 확인할 때 수사기관 등에서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화제의 문장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주관한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한수산 소설가의 1982년작 '유민'의 문장을 일부 다듬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원래 이보다 긴 문장이었지만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부사 등은 빼고 다듬어서 넣게 됐다"며 "처음에 우리도 조금 당황했지만 어른들이야 몰라도 청소년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해 넣었고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들이 패러디물을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수산 소설가는 뉴스1과 통화에서 "('유민'은) 3권 분량으로 나왔던 긴 소설이어서 어디서 나온 문장이었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핥는다'는 것은 아마도 객관적 요소가 아닌 바라보는 주체가 그렇게 느꼈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현을 이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장은 그동안 활용됐던 다른 필적 확인용 문장에 비해 문학적 비유가 강해 시험을 본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해당 문장을 그림으로 옮기거나 앞뒤에 글을 붙인 게시물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모의고사의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꽃씨들은 흙을 뚫고 얼음을 뚫고'라는 문장은 권정생 시인의 시 '꽃다지'의 한 구절이다.

이 문장은 '꽃씨들은 흙을 뚫고 얼음을 뚫고 내 멘탈을 뚫고'로 패러디됐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의 현직 국어교사는 "'ㄹ, ㅌ' 등 주로 개인의 필체나 습관이 잘 남는 자음에 대한 필적 확인을 하려다 보니 쓰인 문장 같다"며 "주로 어떤 소설이나 시구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처음에 보고 재미있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이라는 문장이 쓰였고 지난해 수능에서는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가 쓰이는 등 주로 문학적 표현이 담긴 짧은 문장이 필적 확인에 활용됐다.

hm334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