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5가족 27마리' 강물 따라 오순도순
멸종위기 I급 수달, 한강 본류·지천 곳곳으로 서식지 확대
27마리 모두 혈연관계…성내천·잠실 일대 가족 단위 정착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서울 한강에 수달 27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5마리에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한때 서울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수달이 한강 본류와 지천 곳곳으로 서식지를 넓히며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청계천과 중랑천 합수부, 안양천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수달이 잇따라 목격됐다. 3월 6일 오전 3시 청계천과 중랑천 합수부에서는 수달 한 마리가 물가의 돌 틈을 오가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포착됐고, 엿새 뒤에는 안양천에서도 물가에서 배설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3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강에서 채취한 수달 분변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모두 27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서울시 조사에서 확인된 15마리와 비교하면 약 80% 늘었다. 수달은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로도 지정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가양대교에서 고덕교까지 한강 본류 13곳과 지류 14곳 등 27개 지점에서 수달 분변 106점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27마리 가운데 한강 본류에서 21마리, 지류에서 6마리가 확인됐다. 성별로는 암컷 16마리, 수컷 11마리였다. 2022년 서울시 조사는 17개 지점에서 분변 34점을 확보해 분석했다.
눈에 띄는 것은 27마리가 서로 무관한 개체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27마리 모두 형제·자매 등을 포함해 서로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도 5개 확인됐다.
성내천에서는 수달 3마리가 부녀·친자매 관계였고, 잠실대교 일대에서는 3마리가 모자·친형제 관계로 확인됐다. 당현천에서는 어미와 딸 2마리, 한강대교와 중랑천 장안교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2마리의 관계가 확인됐다. 청계천과 양재천에서 확인된 수달 2마리도 부모와 자식 관계였다.
수달 가족들은 주로 한강 동부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많은 개체가 확인된 곳은 성내천으로 5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강대교에서는 4마리, 양재천과 잠실대교, 중랑천에서는 각각 3마리가 확인됐다. 조사 지도를 보면 한강 동부지역의 본류와 지류에서 분변 흔적도 상대적으로 자주 발견됐고 성내천과 잠실대교 일대의 빈도가 특히 높았다.
한강 수달에게 서울은 한동안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 1960~1970년대 한강을 콘크리트로 직선화하는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수달이 머물 수 있는 수변 서식공간이 크게 줄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으로 물가에 생태공간이 조성되면서 서식지가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변화는 실제 관측으로 이어졌다. 2016년 한강 탄천 일대에서 수달이 목격됐고 2017년에는 4마리가 처음 확인됐다. 현재는 한강 본류를 따라 강서지역까지 진출했고, 지류에서는 북쪽 중랑천에서 남쪽 안양천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 9년 만에 확인 개체가 4마리에서 27마리까지 늘어난 셈이다.
수달은 물과 육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중형 포유류다. 몸길이는 64~71㎝, 몸무게는 5~14㎏ 정도로 암갈색 털과 긴 꼬리, 둥근 머리를 지녔다.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발달했다. 먹이가 풍부하고 물가 식생이 잘 발달한 하천이나 호숫가를 좋아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물고기를 주로 먹고 양서류와 갑각류도 먹는다.
활동 범위도 넓다. 한 하천에서 수컷은 약 15㎞, 암컷은 약 7㎞의 세력권을 형성한다. 한 번에 새끼 2~4마리를 낳으며 생후 약 2개월부터 수영을 배우고 1년가량 지나면 독립한다. 국내에서는 전국 하천에 비교적 넓게 분포하지만 개체마다 넓은 세력권을 차지하기 때문에 개체수는 많지 않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준위협종', 한국 적색목록에서는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를 2007년부터 진행해 온 '야생동물 실태조사사업'의 하나로 실시했다. 단순히 수달이 몇 마리 사는지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수달 개체군이 어떻게 변하는지, 혈연관계와 유전적 다양성을 토대로 개체군이 질병이나 환경변화에 견딜 수 있는지를 분석해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한강 수달의 지속 증가는 한강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사람과 도시 야생동물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과학적 조사·연구와 보전·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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