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 녹자 연쇄위험…15년 전 다큐 '기후 경고' [황덕현의 기후 한 편]
UN개발계획, 히말라야 지역 빙하 감소와 농업·발전시설 추적
빙하호엔 수로·하류 '경보'…침식 막기위해 맹그로브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해발 4410m에 자리 잡은 네팔 딩보체 마을 위에는 임자 빙하호가 있다. 이 호수는 1960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녹은 빙하수가 고이며 길이 2㎞, 수심 100m가 넘는 규모로 커졌다. 주민들은 호수를 막고 있는 자연제방이 무너지면 강을 따라 늘어선 마을이 휩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장면을 담은 작품은 2011년 공개된 '드러난 사실: 히말라야 산맥의 붕괴'(Revealed: The Himalayan Meltdown)이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디스커버리 아시아, 애로헤드필름스가 공동 제작한 4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네팔과 부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를 따라가며 히말라야 빙하의 감소가 물과 농업, 발전시설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했다.
영화는 히말라야를 '아시아의 물탑'으로 설명했다. 빙하가 녹아 호수가 커지면 갑작스러운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빙하수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농업용수와 식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 영향은 산악지대에 머물지 않고 강을 따라 방글라데시의 농경지와 해안까지 이어졌다.
다큐는 이에 대한 지역민의 대응도 함께 담았다. 부탄에서는 주민들이 해발 4000m가 넘는 빙하호에 수로를 내 수위를 낮췄다. 하류에는 조기경보체계를 설치했다. 인도 라다크 주민들은 겨울에 물을 얼려 인공빙하를 만들었고, 방글라데시 해안에서는 침식을 줄이기 위해 맹그로브를 심었다. 영화는 빙하 감소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 시작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기록했다.
15년 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덮쳤다. 28일(현지시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등 한국인 9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홍수를 다큐 속 빙하호 붕괴와 같은 재난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제산악종합개발센터(ICIMOD)는 대규모 얼음과 암석이 무너져 하천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빙하호가 터졌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직접적인 발생 원인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판단하기에도 이르다.
그렇다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배제할 수도 없다. 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의 빙하 손실 속도는 2011~2020년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 온난화는 빙하를 얇게 하고 암반을 붙잡고 있던 영구동토를 약화시킬 수 있다.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고 하천이 막힌 뒤 홍수와 토석류로 확대될 수 있는 배경이다.
다큐 '히말라야 산맥의 붕괴'가 이번 재난을 예견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빙하의 변화가 홍수와 가뭄, 농업과 발전시설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15년 전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빙하호뿐 아니라 빙하와 암반 사면, 하천과 하류 시설을 함께 감시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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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