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장관, 광화문 가습기피해자대표 분향소 조문…"배상 속도낼 것"

서영철 대표, 피해 인정받고도 미인정 피해자 구제·규명 활동
피해자측 "제2특조위·피해인정 확대"…김 장관, 요구엔 선 그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가 설치한 고(故) 서영철 대표 임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피해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투병하다 숨진 고(故)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대참사 피해자연대 대표의 추모 공간을 찾아 조문했다. 김 장관이 국가 책임에 따른 배상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추가 진상규명을 위한 제2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정부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 대표 추모 공간을 찾아 "국회에서 처음 간담회 때 뵙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뵀는데, 건강하게 사셔야 할 인생을 안타깝게 마치게 된 데 대해 국가를 대표해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책임성을 인정하고 법을 바꿔 기존의 협의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배상 방식으로 전환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아직 본격적인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좀 더 속도를 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책임 있는 절차에 따라 조속히 배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장관은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다시 검진 등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특별법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와 상의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들과 김 장관 사이에 제2 특조위 필요성과 피해 인정 범위를 놓고 긴 공방도 이어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가 설치한 고(故) 서영철 대표 임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피해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피해자 측은 기존 조사에서 국가의 대응 지연과 책임 문제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제2 특조위 구성을 요구했다. 서 대표가 생전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위자료 기준 개선, 제2 국가특조위 설치 등을 정부와 대통령실에 요구해 왔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에 들어간 화학물질과 제조 과정의 책임이 밝혀졌고 국가 책임도 대법원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며 "제2 특조위가 필요한 문제라기보다 어떻게 적절하게, 빨리 배상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피해를 봤는데 왜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하느냐는 피해 기준과 검증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조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지는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기존 조사에서 확인된 국가 책임과 피해 규모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 피해자는 과거 조사 결과와 진상규명 보고서를 직접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피해자는 최초 진료 시점부터 치료비를 인정하는 내용 등을 시행령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혹시 확인이 필요한 사실이나 의혹이 있다면 추가로 확인하겠다"며 "제가 장관직을 하면서 무엇을 감추거나 하겠다고 한 것을 이행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대병원에서 숨졌다. 향년 69세다. 피해자연대에 따르면 서 대표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초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며 산소호흡기와 전동휠체어 없이는 활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기 질환이 심각했다. 최근 기흉이 재발해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서 긴장성 기흉 처치를 받던 중 사망했다.

서 대표는 자신이 정부 지원 대상이 된 뒤에도 미인정 피해자의 구제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국가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2024년 종교·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단체가 참여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범죄 진상규명과 피해자 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 결성에 참여했고, 이후 전국가습기살균제대참사 피해자연대 대표회장을 맡아 특별법 개정과 피해 인정 확대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연대에 따르면 서 대표는 사망 당일 아들에게 "내가 죽으면 장례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 달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피해자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를 미루고 추모 공간을 마련해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윤 피해자연대 장례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상징적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이행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피해자들과 별도의 공식 간담회도 갖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 측이 오는 30일 예정된 종교계 추모행사 전에 면담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장관은 "혹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조만간 공식적으로 간담회 자리를 별도로 만들겠다"며 가급적 빠르게 일정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들이 비가 올 경우 추모 공간을 보호할 천막 설치가 필요하다며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김 장관은 "(기후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서울시에 협조 요청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