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도 시장 진입조건 됐다…환경한림원, K-에코디자인 논의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순환경제가 재활용 중심의 사후 관리에서 제품 설계와 시장 진입 조건을 좌우하는 산업 규범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대응해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 이른바 K-ESPR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한림원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순환경제 시대의 에코디자인과 ESPR 대응'을 주제로 제27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은 EU ESPR 시행과 글로벌 순환경제 규범 확산에 맞춰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의 방향과 산업계 대응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탁 건국대 명예교수는 발제에서 현재 글로벌 순환율이 6.9% 수준에 그치고, 소재 추출과 가공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짚었다. 그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ESPR,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 결합하면서 순환경제가 단순 재활용을 넘어 가치창출과 가치보존 중심의 경제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맹학균 기후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선형경제와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의 한계를 짚고, 해법으로 제품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에코디자인을 제시했다.
기후부는 지난해 국정과제 채택과 제도화 추진 공표 이후 올해 4월 에코디자인 포럼을 발족했다. 현재 신법 제정 또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개정 등 입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코디자인 포럼은 제도화 포럼과 품목별 포럼으로 나눠 운영된다. 섬유·의류, 타이어, 전기전자제품, 철강·알루미늄 등 EU ESPR 대응 품목을 중심으로 제조·재활용 분야 전문가가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토론에서는 산업계 부담과 제도 설계 방향도 함께 논의됐다.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코디자인 기반 순환경제 정책 흐름을 설계, 원료, 산업육성, 디지털 등 4대 축으로 정리하고, 한국도 폐기물 관리 중심에서 전주기 설계·관리 중심으로 정책 축을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철강이 자원 순환성이 높은 소재라고 설명하며 고철 재활용과 철강슬래그, 폐타이어 등 순환 원료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등 새로운 고철 증가에 대응해 분리·회수 체계를 정비하고, 순환자원 인정 기준 확대와 규제 유예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고품질 순환자원 공급 부족과 재생원료 단가 상승, 중소기업의 데이터 체계 구축 부담을 지적했다. 업종별 단계적 도입과 EU ESPR과의 정합성 확보, 범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훈태 포스코홀딩스 ESG 사무국장은 K-ESPR이 글로벌 환경규제라는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방어벽이자 성장 기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이중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EU 등 주요국과의 상호인정과 민관 합동 통합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재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순환경제는 이제 사후 규제가 아니라 시장 진입 조건이 되고 있다"며 "한국형 에코디자인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로 안착하려면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실행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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