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5년내 지구 최고기온 경신 확률 86%"…전문가 "韓 폭염도 강해진다"

해빙 줄어 열 흡수량 ↑…"중위도 기후 시스템에 영향 불가피"

지난해 여름 서울 중구 청계천 일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바라본 도심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사진은 열화상 사진과 일반사진을 레이어 합성.ⓒ 뉴스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세계기상기구(WMO)가 향후 5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을 86%로 전망하자 국내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이미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북극 해빙 감소와 기록적인 고온이 맞물리며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이 더 잦고 강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동시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WMO가 공개한 '전 지구 1~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6~2030년 연평균 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3~1.9도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향후 5년 중 최소 한 해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2024년보다 더 더울 확률은 86%,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선을 넘을 확률은 91%로 전망됐다. 향후 5년 평균기온 전체가 1.5도를 웃돌 가능성도 75%로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한 건 북극이다. 보고서는 향후 5년 겨울 북극 평균기온이 최근 30년 평균보다 2.8도 높고, 해빙 면적 역시 평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가장 주목해야 할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다시 해빙 감소와 기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북극에 그치지 않고 중위도 기후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런 북극의 변화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경대 명예교수인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는 북극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지고 크게 굽이치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같은 극단적 날씨가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복되는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대형 산불 위험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온난화 속도 자체도 우려 요인이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해가 2024년인데 불과 몇 년 안에 다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아시아는 전 지구 평균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하는 경향을 보여 한국 역시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 기후 전망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후위기를 '막을 것'만 아니라 '견디고 적응해야 하는 문제'로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선은 사실상 이미 넘어선 상황"이라며 "티핑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탄소중립 정책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변화한 기후에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적응시킬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조건이 됐다는 데 전문가들의 인식은 같았다. 북극의 얼음이 줄고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는 변화가 결국 한국의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응 속도가 피해 규모를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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