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전력수요 최대 694.1TWh…"반도체·AI·전기화 영향"(종합)

기후부-12차 전기본위원회, 3차 토론회서 전력수요 상황 공개
경제성장 둔화 전망에도 수요 증가…비관 시나리오 부재 '원성'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2호기(왼쪽) 모습. 2025.9.25 ⓒ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40년 전력수요가 최대 694.1TWh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정부 잠정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산업·수송 전기화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증가 폭은 확대됐지만 경제성장 둔화 영향으로 상승 속도는 완만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와 함께 제3차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런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공개했다.

11차 전기본 比 소비 5.3~11.1% 증가 전망…AI·생산성 개선 '낙관 시나리오'도

잠정안에 따르면 2040년 전력 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 657.6TWh, 상향 시나리오 694.1TWh로 제시됐다. 직전 11차 계획의 2038년 전망치(624.5TWh)보다 5.3~11.1% 증가한 수준이다. 최대전력도 131.8GW에서 138.2GW로 1.9~6.9%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수요 기준으로는 780.8TWh에서 819.6TWh까지 확대되지만, 수요관리 등을 반영한 목표수요는 이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이번 전망은 단일 수치가 아닌 시나리오 방식으로 제시됐다. 기준 시나리오는 경제성장률 1.0% 수준과 전기화 정책 이행을 전제로 했고, 상향 시나리오는 AI 확산과 생산성 개선을 반영한 낙관적 경로로, 성장률 1.3%를 가정했다. 인구는 2040년 기준 5010만명 수준까지 감소하거나 5240만명까지 늘어나는 범위로 설정됐다.

전력수요 증가는 구조적으로 확대됐다.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전기화 영향으로 2040년 112.6~119.4TWh가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는 GPU 기반 고전력 서버 확산을 반영해 약 26.5TWh 규모 수요 증가 요인으로 반영됐다. 반도체 중심 첨단산업도 27.4~29.3TWh 수준의 추가 수요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11차 계획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특히 첨단산업 전력수요는 과거 대비 급증하는 흐름이 반영됐다. 첨단산업 수요는 기업의 전기사용신청 물량은 100% 반영하고, 미신청 물량은 증분의 50%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과대추정을 제한했다.

데이터센터 전망에는 새로운 모형이 도입됐다. CPU·GPU 서버 대수를 기반으로 전력수요를 산정하고, GPU 고밀도·고전력화와 냉각 효율 개선(PUE)을 함께 반영했다. 김지효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기존 경제성장 기반 모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요로, 서버 단위 기반 상향식 모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장치도 함께 반영됐다. 효율 향상과 수요관리 정책을 통해 2040년 123.2~125.6TWh의 전력 소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요관리 물량은 한국전력(EERS), 한국에너지공단(효율 사업), 전력거래소(DR시장) 등 기관별 정책 수단을 반영해 산정됐다. 최대전력 기준으로도 16.8~17.8GW가 줄어드는 효과가 반영됐다.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사용 시간을 이동시키는 부하이전이 이번 계획에 새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확대·히트펌프 활용 확대로 '부하이전'…자가 재생E·태양광·수소발전 보완예정

특히 이번 계획에는 '부하이전' 개념이 새로 포함됐다. 전기차 충전(V2G·V1G), 히트펌프, 산업용 시간대별 요금제(TOU)를 통해 전력수요를 시간대별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전기차는 보급 전망과 충·방전 시간, 참여 비율 등을 반영해 산정됐고, 히트펌프는 축열조 기반 난방 특성을 고려해 동계 중심으로 효과가 반영됐다. 산업용 TOU는 요금 변화에 따른 수요 반응을 모형화해 부하 이동량을 추정했다.

이 결과 2040년 기준 하계 최대전력은 1.3GW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는 전기차가 1.1GW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히트펌프는 동계 기준 0.27GW, 산업용 TOU는 0.2GW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1TWh의 전력 사용이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기차가 1.3TWh로 가장 많고, 히트펌프 0.2TWh, 산업용 TOU 0.6TWh가 반영됐다.

전망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 추세를 반영한 모형수요에 첨단산업·데이터센터·전기화 등 추가수요를 더하고, 여기에 수요관리와 부하이전 효과를 빼는 구조로 목표수요를 산정했다. 최용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는 총량 중심이 아니라 8760시간 단위 부하패턴을 반영해 최대전력뿐 아니라 최소전력까지 함께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기온뿐 아니라 풍속과 습도를 반영한 체감기온을 도입해 최대전력 예측 정확도도 보완됐다.

이번 발표에 참여한 허진 이화여대 교수는 "11차 대비 GDP 성장이 둔화돼 전력 소비량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번 수치는 확정이 아니라 의견 수렴을 거쳐 계속 업데이트되는 잠정안"이라고 강조했다. 장길수 전기본 총괄위원장은 "산업 구조 변화와 AI 확산, 전기화로 전력 수요 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추가 수요를 별도로 식별해 반영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수요전망을 추가로 보완할 계획이다. 자가용 재생 에너지와 BTM 태양광 보급 확대가 계통 수요에 미치는 영향, 수소발전 등 공급계획과의 정합성, 데이터센터 입지 등을 반영한 지역별 수요전망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주요국이 수소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전기화 수요 전망에서 수소에 대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 수요는 구체화된 투자계획 중심으로 반영돼 향후 정책과 투자 속도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단일 전망 대신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반영한 조치다.

한편 이번 발표를 놓고 일각에선 기준·긍정 시나리오만 제시돼 비관적인 부정적 시나리오는 발표되지 않아 환경단체 등의 원성을 샀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