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원전 유턴'에…업계 "더 지어야" vs 환경단체 "졸속"

신규 원전 2기 건설 확정…AI 전력 수요 대응 위해 '현실론' 수용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원자력 발전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확정했으나,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친원전 학계·업계는 제12차 전기본에 추가 원전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는 확정된 신규 원전마저 재검토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제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를 예정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조만간 부지 공모 절차에 착수하고,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거쳐 2037년과 203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로 정부 입장은 정리됐지만,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 논란과 공론화의 충분성 문제는 남았다. 11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작년 2월 확정됐으나, 정권 교체 이후 신규 원전 이행 여부를 두고 정부 내부 기류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김 장관은 취임 초기에는 계획을 존중하되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현실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이후 인공지능(AI)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판단은 다시 원전 추진 쪽으로 기울었다.

업계 "AI 전력난 대응 위해 원전 필수…12차서 더 늘려야"

친원전 진영과 원자력 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전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추가 신규 원전 건설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회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기저전원인 원전 확대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반대 측의 시각은 다르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와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기준과 지역 갈등,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등 핵심 쟁점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역시 원전의 위험성과 비용, 폐기물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인상 위주의 질문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다.

녹색연합과 참여연대 등은 '기후위기 당사자'인 아동·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이에 김 장관은 "미래세대 의견 수렴 방식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최대한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응답이 과반을 넘겼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69.5%였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61.9%가 추진에 찬성했다. 정부는 이를 국민적 공감대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반대 측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중대한 정책 결정을 정당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민사회 "폐기물 대책 없는 졸속 결정"…논쟁 2라운드 예고

시간 문제도 쟁점이다. 11차 전기본상 대형 원전 건설에는 13년 1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시점에서 부지 선정이 이뤄지더라도 2037년과 2038년 준공 목표가 빠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는 해당 기간에 부지 공모 과정이 포함돼 있어 일정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완공 시점의 에너지 수요와 재생에너지 구축 사업의 가격 하락도 이번 결정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향후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론화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원전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기보다는, 정책의 방향성만 확인된 채 논쟁의 무대가 12차 전기본으로 옮겨간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보완재인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인지는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다시 검증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